68세· 8억8000만원 주택있으면 월 286만원 받는다

68세· 8억8000만원 주택있으면 월 286만원 받는다

지영호 기자
2010.08.23 10:48

[머니위크 커버]실버금융 컬렉션 30 / 역모기지 주택연금

제2의 IMF 사태라고 불릴 정도로 찬바람이 부는 주택시장. ‘집 가진 사람에게서 곡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주택 가격 하락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사람도 있다.

지난 5월 주택연금 가입을 결정한 이덕수(68·가명) 씨도 그 중 하나다. 그는 5월 기준 자신 소유의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 80㎡를 8억8000만원에 감정평가를 받고 현재 가입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씨가 주택연금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 주택연금 신청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그의 집값은 9억5000만원을 유지했다. 주택연금 가입기준이 9억원 이하의 주택에만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씨가 손을 벌릴 수 있는 곳은 은행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일찌감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1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매달 이자 부담에 생활비마저 부족해 추가 대출을 해야 할 상황까지 몰렸다. 나름 VIP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은행으로부터 채무 위험 통보를 받아야 했다.

그러던 차에 주택 가격 하락이라는 ‘호재’를 맞은 것이다. 9억 이하 주택 소유주가 된 이씨는 주택금융공사로부터 1억8800만원의 수시한도를 설정하고 매달 15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고 있다. 은행 대출도 갚고 추가 대출 없이 생활비를 얻게 된 것이다. 만약 이씨가 수시한도 없이 연금을 수령한다면 최대 받을 수 있는 돈은 286만원이었다.

이후 아파트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이씨의 결정은 다시 한번 힘을 받았다. 현재 이씨와 같은 면적의 아파트는 7억원대 급매물까지 나온 상태다. 신속한 가입 결정이 연금액 손실을 막은 셈이다.

“집값 때문에…” 주택연금 가입자 증가 추세

60세 이상 고령자의 주택을 담보로 주택금융공사에서 판매하는 주택연금(역모기지 상품)이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해 조명을 받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8월 중순 현재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해 가입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고객의 수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67건을 시작으로 6월에는 사상 최대인 191건이 가입됐다. 비수기인 7월에도 전년동기 대비 96.3% 늘어난 157명이 가입해 높아지는 관심을 대변했다.

가입 서류 접수를 보면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미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7월 접수 건수를 보면 2008년 86건, 2009년 95건에서 2010년 242건으로 급상승했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월 최고치다.

주택의 가격 결정은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감정원에서 공시하는 표준가격과 국토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 감정원의 평가에 따라 사실상 연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감정원의 시세가 높을 때 평가를 받는 것이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주택연금 가입자 증가는 집을 가진 고령자가 앞으로 집값 하락을 예견하는 쪽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오미영 주택금융공사 홍보팀장은 “무더위와 휴가철이 겹치는 7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운 가입자 수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상품 가입자도 대체로 만족하는 모습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지난달 연금 출시 3주년을 맞아 조사한 ‘2010년 주택연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입자의 89%가 보통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다는 가입자도 63%에 달했다.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에게 도움을 받지 않기 위해서’(55%)가 가장 많았으며 ‘노후생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37%)가 뒤를 이었다.

나이 많고 가격 높을수록 연금 많아

주택연금 수령금액의 주요 변수는 신청자의 나이와 주택가격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가격이 높을수록 많이 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나이가 만 65세이고 시가 3억원의 주택을 소유한 신청자가 정액형으로 가입한 경우 사망 시까지 매달 86만원가량 수령이 가능하다. 만 60세에 1억원의 주택이 있다면 월 23만6000원, 만 90세에 9억원의 주택이 있다면 월 544만6000원을 지급받는다. 공사 홈페이지(www.khfc.co.kr)를 통해 조회할 수 있다.

주택 소유자가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자가 생존해있다면 주택연금은 계속 지급된다. 물론 주택연금은 종신계약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계속 연금을 받는다. 또 처음 정한 월지급금이 계속 지급되므로 집값이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연금액은 같다.

주택에 선순위 채권이 있거나 전세권이 설정돼 있는 경우 인출한도를 통해 채권을 상환할 수 있다. 또 목돈을 필요로 할 경우 수시로 인출해 쓸 수 있다. 만약 주택에 선순위 대출이 있다면 대출한도의 50% 범위 내에서 인출한도를 사용해 선순위 대출을 상환하고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인출한도를 설정하게 되면 주택연금으로 지급받을 월지급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설정 시 자금 활용계획을 잘 따져봐야 한다.

오피스텔, 재건축 재개발이 예정된 주택은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없다. 또 압류나 가압류, 가처분 등 권리침해가 있는 주택도 신청불가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분양형 실버주택에 한해 가입하는 길이 열렸다. 일부 민간사업자가 임대형 실버타운 회원에게 자체적인 주택연금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주택연금 신청방법

주택연금을 이용하려면 우선 주택금융공사 고객센터(1688-8114)와 지사를 통해 상담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심사 단계를 지나 보증서를 발급받으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ㆍ농협중앙회ㆍ대구ㆍ광주 및 부산은행 등 9개 금융회사의 지점에서 대출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

주택연금을 상담하는 공사 지사는 본사 영업부, 서울남부, 부산울산, 대구경북, 인천, 광주전남, 대전충남, 경기, 전북, 충북, 강원, 경남, 제주 등 전국에 13곳이 있다. 자세한 이용안내는 공사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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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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