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개선안, "투자자 보호"vs"中企 죽이기"

우회상장 개선안, "투자자 보호"vs"中企 죽이기"

김동하 기자, 심재현
2010.09.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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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긍정적' vs 중소기업 '사실상 폐지, 제2의 셀트리온은 없다'

금융당국이 우회상장 규제를 직상장 수준 감사와 규제로 강화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놨다.

증권업계는 투명성 강화에 긍정적이라는 분위기지만, 중소·벤처업계나 시장 참여자들은 대부분 '사실상 폐지'라며 싸늘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2일 자본시장연구원은 우회상장 과정에서 외부감사를 '지정'하고, 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우회상장 전 비상장기업에 대한 부실한 회계감사가 네오세미테크와 같은 퇴출로 이어진 만큼 금융위원회가 직접 감사인을 지정키로 했다. 또 비상장기업 가치를 부풀린 '머니게임'을 막기 위해 가치평가 기준도 마련해 도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선안을 두고 업계마다 시각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증권가 리서치나 운용업계 등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며 환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작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교각살우'(矯角殺牛) 조치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사실상 문제는 '분식회계'와 '부실감독'이었는데 책임을 우회상장 제도 자체로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투자자 측면에선 '긍정적'

증권업계에서는 '투명성 강화'측면에서 이번 우회상장 개선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거래 위축이라는 부정적 측면 보다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강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사업측면에서도 국내 증권사들은 우회상장을 거의 추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광혁 한화증권 연구원은 "일단은 우회상장이라는 거 자체가 굳이 필요한 게 아니다"며 "기업 입장에서 성장을 위한 자금조달에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투명성 제고 측면에선 좋은 작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특히 네오세미테크 뿐 아니라CT&T도 우회상장 과정에서 잡음이 많아지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혼란만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김수영 KB증권 연구원은 "우회상장 제도 강화는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어 새로운 사안은 아니다"며 "이미 시장에 인수합병이 활발하지 않은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조금의 흠결사항만 있어도 IPO 심사청구시 기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우회상장 뿐 아니라 본 상장 심의도 타이트해져서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기업·중견기업만 유리…코스닥 1위도 우회상장"

중소기업과 창업·벤처투자 등 시장참여자들은 '사실상 우회상장 폐지'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오세미테크 상장폐지로 촉발된 금융당국의 부담은 이해하지만, 회계 관리감독이 아닌 '제도'자체의 문제로 몰고 간다는 지적이다.

한 창업투자회사 관계자는 "네오세미테크의 문제는 우회상장의 문제가 아니라 분식회계를 허용한 회계법인과 관리감독을 못한 금융당국의 과실"이라며 "제도적 측면의 문제로 해결하려는 건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직상장이 까다롭고 기간이 많이 소요돼 일부러 우회상장을 활용하는 우량기업들도 있다"며 "이번 조치는 일부 우회상장 기업의

부도덕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상장을 금지해 중소기업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은 코스닥 시장 직상장을 추진하다 매출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당했고, 코스피 시장으로 향했지만 역시 승인을 받지 못했다. 결국 오알켐이라는 회사를 통해 2008년 5월말 우회상장한 뒤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동양시멘트와 ,포스콘(포스코ICT)과 같은 큰 기업들도 사실상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이미 기존에 시장에 정착한 대기업과 중견기업만을 위한 조치라는 불만도 나왔다. 특히 업황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탈출구'를 봉쇄, 결국 중소기업과 소액주주만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코스닥 업체 사장은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산업변화에 적응해 내지 못하고 힘들어 질 경우 매각만이 해결책인 경우도 많다"며 "이번 제도로 우회상장을 사실상 폐지할 경우, 업황변동에 시달리는 기업과 주주와 종업원 모두 퇴로는 없어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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