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녹색기업 상장 쉬워진다는데…

[기자수첩]녹색기업 상장 쉬워진다는데…

황국상 기자
2010.09.29 11:07

"녹색인증은 친환경 기술에 대한 기술인증일 뿐 투자할 만하다는 의미의 투자적격 인증이 아닙니다. 이런 기업들에게 상장문턱을 낮춰주는 것은 투자자보호라는 가치를 도외시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녹색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A상무의 말이다. 얼마 전 그에게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녹색인증 기업이 보다 쉽게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려고 한다"고 말을 건넸다.

처음에는 녹색인증 기업들이 보다 쉽고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다는 소식을 A상무가 반길 줄로만 알았다. 평소 녹색산업 육성의 중요성과 녹색금융의 역할에 대해 주장해 왔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그는 "녹색인증 기업이라면서 '장난'을 치는 곳들이 어디 한둘이냐"며 "네오세미테크처럼 투자자를 대상으로 장난치는 곳이 더 없으란 법은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 수년간 자본시장 분야를 연구하면서 녹색금융 활성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육성에 대해 줄곧 강조해온 B박사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B박사는 "녹색기업의 자금조달을 보다 쉽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보호 역시 간과돼서는 안될 가치"라고 강조했다. 녹색인증 기업에 대한 상장기준 완화가 자칫 거래소의 건전성과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이달 초 수도권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상장설명회를 갖고 현재 바이오기업에만 적용되는 성장형벤처 특례조항을 녹색인증기업에까지 확대적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녹색인증 기업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거래소 내부에서도 녹색인증 기업에 대한 문호를 넓히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의문이 상당하다. 시간이 흘러 녹색인증 기업이 벤처 붐을 타고 상장됐다가 무더기 퇴출된 '불량' IT 기업처럼 증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녹색인증 기업의 모태가 된 코스닥 벤처 제도도 올들어 상장폐지된 기업의 2/3가 코스닥 벤처 인증기업일 정도로 제도보완이 절실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녹색성장이 현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녹색 벤처' 타이틀을 단 기업들의 증시 입성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당국은 이런 내외부의 우려를 참고해서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기에 앞서 녹색기업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힘을 더 쏟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