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안전자산 지위 잃어가는 달러

[월가시각]안전자산 지위 잃어가는 달러

권성희 기자
2011.03.03 08:54

리비아에서 교전이 확대되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마저 정규거래에서 102달러까지 올라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개장 전에 나온 ADP의 2월 민간 고용보고서와 경기진단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기에 대한 희망을 발견했다.

결국 유가를 빌미로 한 매도세와 경제지표 호전에 기대를 건 매수세간 줄다리가는 ‘사자’는 쪽에 신승을 안겨주며 뉴욕 증시는 2일(현지시간) 강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전날 1% 이상의 하락을 하루로 마무리하며 반등을 시도했다는 점, S&P500 지수가 1300을 지켜냈다는 점, 유가 상승을 이겨냈다는 점,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변동성 심한 하루, 투심도 오락가락

이날 증시는 변동성이 심했다. 3대 지수는 보합권에서 출발했으나 꾸준히 유입되는 매수세 덕분에 오전 11시까지 2시간 동안 상승폭을 확대해갔다. 하지만 유가가 관심을 끌면서 분위기가 악화됐다. 특히 리비아 전투기가 석유 수출항인 마르사 엘 브레가를 폭격했다는 소식에 유가가 102.37달러로 오르자 지수는 다시 밀렸다.

하지만 워렌 버핏이 CNBC에 출연해 경기 회복세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경기 부양책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자 다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오르던 지수는 유가가 102달러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모습에 주춤하며 다시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오후 2시에 나온 베이지북에서 경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고 반등을 시도했다.

문제는 그러나 유가였다. 유가가 장중 최고점인 102.37달러에서 거의 변화없는 102.25달러로 마감하자 걱정이 다시 고개를 쳐들며 증시는 상승폭을 줄였다. 다우지수는 8.28포인트, 0.07% 오르는데 그쳤고 S&P500 지수는 2포인트 오른 1308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자일링스 등 반도체주의 선전으로 10.66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JP모간이 반도체 수요 증가의 신호가 보인다며 투자의견을 높인데 힘입어 1.4% 올랐다. 유통주도 월간 동일점포 매출 발표를 앞두고 0.6% 강세를 나타냈다.

◆유가도 문제지만 달러의 꾸준한 하락도 걱정

이날 증시를 지지했던 것은 ADP의 2월 민간고용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부문 고용은 21만7000명이 늘어 예상했던 16만3000명의 증가폭을 크게 웃돌았다.

12개 연방준비은행들의 경기 진단을 모은 베이지북은 고용시장을 포함한 미국 경기가 완만한 속도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기업들의 원가는 올라가고 있어 향후 인플레이션 문제를 과제로 남겼다.

하원에 출석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의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유가가 오르며 금 4월 인도분 가격은 온스당 6.5달러 오른 1437.7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용 원자재인 구리 가격은 하락했다. 중동 정정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달러는 유로화와 파운드화에 비해 하락했다. 엔화에 대해서만 상승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40%에서 3.46%로 올랐다.

주리카 밀스&카이퍼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칼 밀스는 "증시가 전날 급락에서 소폭 회복했지만 매수세와 매도세의 치열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요 변수는 유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유가가 감내할만한 수준이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경제에 점차적으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발론 파트너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카딜로는 유가 상승과 함께 달러 약세를 걱정했다. 그는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유가 상승이 문제고 더 큰 문제는 달러가 매일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적인 위기가 이어지면 달러가 올라야 하는데 최근에 투자자들은 다른 안전자산, 금이나 스위스프랑으로 가고 있다"며 "달러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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