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다우지수 1만2000선, S&P500 지수 1300선이 깨졌다. 유가가 떨어졌지만 유가 하락이 호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 하락의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투자자들에게 가장 충격을 준 악재는 중국의 2월 무역수지가 예상 외로 적자로 돌아섰다는 뉴스였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도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39만7000건으로 늘었다. 프레지턴트 데이 휴일의 영향이 컸다고 하지만 고유가가 경제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가능했다. 게다가 일본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1.1%에서 마이너스 1.3%로 조정했다. 위축의 정도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유가가 하락했고 구리, 아연, 니켈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구리 같은 산업용 원자재 가격은 지난 며칠간 거의 10% 가까이 급락했다. 철광석 등을 생산하는 원자재 업체인 호주의 리오 틴토와 브라질의 발리도 직격탄을 맞으며 최근 두 자리수 이상 폭락했다.
◆다우지수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낙폭
이날 다우지수는 229.48포인트, 1.87% 추락하며 1만1984.6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31일 이후 첫 1만3000 밑 마감이다. 낙폭은 지난해 8월11일 이후 최대다. 다우지수 30개 종목 가운데 도이치증권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을 받은 맥도날드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떨어졌다. 월마트는 향후 3년내 소형 유통매장을 수백개 설립해 새로운 성장의 활력을 찾겠다고 발표해 0.04% 약보합에 그쳤다.
S&P500 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다. 다만 한달래 장중 최저점인 1294까지 깨지는 않았다. 24.91포인트, 1.89% 하락한 1295.11이 종가였다. 경기 둔화 우려에 에너지와 소재업종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데 따라 은행주도 약세를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50.70포인트, 1.84% 내려갔다. 종가는 2701.02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전날 3% 이상 급락한데 이어 이날도 2.45% 하락하며 기술주를 끌어내렸다. 특별한 악재는 없었지만 이번주초 웰스파고가 반도체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고 전날 JP모간이 태블릿PC 공급 우려를 경고하면서 최근 반도체지수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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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렛팩커드가 PC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란 루머에 하락했다. 휴렛팩커드는 이 루머가 대만 커머셜 타임즈의 무책임한 보도 때문이라며 공식 부인했지만 1.3% 약세로 마감했다. 애플은 아이패드2 출시를 하루 앞두고 1.65% 떨어졌다.
◆"사우디, 너마저..." 투자자 불안
이런 상황에서 오후에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시아파 200여명이 시위를 했고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려 고무총탄을 쏘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음날(11일) ‘분노의 날’ 시위가 예정된 가운데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에서 날아온 비보였다. 다음날 사우디에서 예정된 ‘분노의 날’ 시위가 예상보다 격렬하다면 뉴욕 증시는 다시 한번 급락의 충격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주리카 밀스&키퍼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칼 밀스는 “사우디는 리비아와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사우디에서 약간이라도 혼란이 생긴다면 시장에 두려움과 공포가 조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파장이 사우디까지 전달된 가운데 중국과 미국 등의 경제지표 부진, 유럽의 재정위기 재점화 등 악재가 겹치며 시장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불과 한달전만 해도 다우지수 1만2000, S&P500 지수의 1300 돌파를 환호하며 랠리를 즐겼는데 상전벽해다.
푸르덴셜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시장이 예상 외로 부진한 중국의 무역수지 지표와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 다음날 예정된 사우디의 시위 등으로 심하게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변했다”며 “한달 전만 해도 시장의 분위기는 악재가 나올 때 ‘팔자’가 아니라 ‘사자’였는데 이젠 확실히 상승 모멘텀이 식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프라이빗 뱅크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잭 에이블린은 “안팎 모든 소식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심각하게 공격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의연? VIX 폭등하지 않은 이유는
주요 지수가 2% 가까이 떨어졌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아직 패닉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이른바 공포지수, 변동성지수(VIX)가 1.66, 8.21%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다. VIX는 이날 21.88까지 올랐지만 200일 이동 평균선 부근이다.
이에 대해 섀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수석 기술적 애널리스트인 라이언 데릭은 “증시가 2% 가까이 떨어졌는데 VIX가 폭등하지 않아 놀랐다”며 “VIX가 말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아직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VIX가 아직 200일 이동 평균선을 상향 돌파하지 않은 만큼 지금의 약세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장해 처음 거래한 미국 최대의 병원 체인회사인 HCA 홀딩스는 4%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