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김준형 증권부장]정유신 SC증권 대표 인터뷰

지난달 23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11년 중국 자본시장 전망 및 진출전략'세미나. 보통 이런 세미나에 200명 정도가 오면 '성공'인 셈이지만 이날은 500여명이 몰렸다. 자리를 뜨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정유신 SC증권 대표(사진)가 내뿜는 열변에 참석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이 4만개가 넘는데, 이들의 기업금융을 뒷받침할 한국의 합작증권사는 한 곳도 없습니다. 결국 돈이 외국 금융사로 샌다는 의미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이어 두번째 찾아온 중국 자본시장 진출 기회를 놓쳐선 안됩니다"
150년 역사의 스탠다드차타드(SC)의 한국 증권법인 SC증권을 4년째 이끌어 온 대표는 한국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IB전문가로 꼽힌다.애널리스트로 출발, 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증권 각 분야를 거친 그이지만, 요즘엔 '중국통'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그는 지금도 매달 한번씩 주말에 자비를 들여 '비행기 통학'으로 중국 최고로 꼽히는 대학을 다닌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니라 런민대(인민대)와 칭화대(청화대)의 두곳의 고급 경영자과정을 듣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헐렁한' 강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국 주요 기업과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과정이어서 외국인은 정대표 한명이다. 정대표는 금융투자협회가 주축이 돼 만들어진 중국자본시장연구회의 주요 멤버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 SC증권 본사에서 이뤄진 인터뷰도 절반가량을 SC증권에, 나머지 절반을 중국 자본시장 전망에 할애했다. 2000년대 초반에 이어 두 번째로 찾아온 중국 자본시장 진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별 증권사는 물론 한국 금융시장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안화가 아시아지역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두번째 중국 자본시장 진출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정대표를 만나봤다.
-중국 자본시장 진출의 '두 번째 기회'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중국이 다시 한국 자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화 1단계에서 9개 외국사와 합작사를 만들어서 노하우를 쌓고 덩치도 키운 상황에서 중국은 이제 2단계로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에 들어간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곧바로 기축통화를 언급하기는 어려운 만큼 일단 지역통화를 추진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의 금융시장을 단계적으로 어떻게든 개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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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20년 상하이를 뉴욕에 이어 세계 제2의 금융시장으로 만들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상하이가 9년여 후 뉴욕 다음의 시장이 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3~4년 후에 이미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중국이 영국이나 미국 쪽에 손을 뻗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능하면 실물경제로 엮인 지역에 먼저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금융 수요가 있을 수 있나.
▶2단계에 이어 2020년까지 3단계가 또 준비된다고 가정하면 증권사들의 중국 진출은 더 늘어날 것이다.
꼭 글로벌 규모를 갖출 필요도 없다. 중간정도 레벨의 증권사에 대한 수요도 적지 않다. 중국은 지금 수출에서 내수, 해안에서 내륙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내수 기업 육성이나 기업공개 수요가 있다. 제조업에서는 이미 삼성전자나 현대차들이 그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 않나.
금융은 오래 가는 상품이다. 금융이 진출하면 제조업과도 상생이 된다.
-국내 증권사 글로벌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도 중국 등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도국 시장 진출에 리스크는 분명 있다. 또 영·미계 글로벌 IB들이 이미 진출해 있는데 경쟁이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는데.
▶인프라 면에서 리스크가 크다는 점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선진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후진국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갈 수밖에 없다. 리스크는 관리하면 된다. 특히 중국 같은 곳은 대단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진출이 충분한 의미가 있다.
오히려 문제는 중국이 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중국에서 한국 증권사에 러브콜을 숱하게 보냈다. 자본유치도 필요했고 증시 운영경험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증권사들이 진출을 꺼렸다. 2003년쯤 되자 중국증권사들이 이미 글로벌 합작사를 다 만들어 놨다.
이제는 중국 증권사들 모두 조 단위 수익을 올린다. 합작을 논의한다 해도 요구조건 자체가 달라졌다. 그래도 지금이 '두 번째 기회'인 것은 맞다.
-아직 국내 증권업계의 해외 부문 경쟁력은 높지 않다.
▶SC와 같은 글로벌 금융기업의 대표적인 경쟁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본사 신용도가 높아 자금조달 비용이 낮다는 것이고, 더 중요한 한 가지는 해외에 확실한 F2F(face to face) 마케팅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더 빨리 치고 나가야 한다. 결국은 현지화다. 현지에 지점 만들면 처음에는 당연히 적자다. 그래도 어떻게든 현지화하고 그 과정을 견뎌야한다.
'지역 밀착형' 영업을 하는 '상업은행'은 해외 현지화가 쉽지 않다. 그래서 증권에서 해야 한다. 주요 한국 대기업 중에 중국 공장이나 현지법인의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은 기업이 없다. 중국에 나가있는 한국기업을 이해하지 못하면 전체 기업에 대한 분석도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리서치 기능도 명확하게 차별화해야 한다. 현지에서 기업탐방하고 소스를 찾아야 한다. 한국투자자들에게도 그런 정보를 주고 자료를 줘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중국에 내 줄 것은 내 주고, 진출할 것은 적극 지원하는 '인 앤 아웃'개념을 확립해야 한다.
-스탠다드 차타드가 처음으로 만든 증권사가 한국의 SC증권이다. 처음 '셋 업'하는 조직에 와서 4년을 보냈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무엇을 이뤘다고 보나
▶스탠다드차타드는 '세계 제국' 영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이다.
아시아지역은 홍콩에 거점을 두고 있고, 중국시장에도 강하다. 지역적으로 가장 성장이 두드러지는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고, 리스크관리 면에서도 탁월하다. 이같은 회사 조직을 한국에 설립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대단히 좋은 경험이다.
특히 리스크 관리나 인프라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국내 증권사에 있을때와는 다른 점들을 많이 느꼈다.
영업 쪽에서는 가장 많은 애정을 쏟았던 부분은 IB이고, 리서치 조직도 강화했다.
-SC 증권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많이 높아졌는데
▶SC증권은 한국 시장에서 채권 언더라이팅(인수) 분야 7~8위 수준까지 올랐다. 지난해 언더라이팅 규모로는 3조원 가까이 되는데 신생사임을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올해 1월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해외서 발행하는 외화채권 유치 실적을 기준으로는 국내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택금융공사와 1조원이 넘는 외화 커버드본드(Covered Bond)를 발행하기도 했고, 올 들어서도 1월에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서 7000억원대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유로머니지 선정 '코리아 베스트하우스' 상을 받았다. 수상은 지주사에서 했지만 실무는 증권에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
-주식워런트 증권(ELW) 시장도 급속히 확대되면서 기대도 크고 문제점도 많이 드러나고 있는데.
▶ELW는 지난해 5월 시작했으니까 '후발주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차근차근 기반을 다진 덕에 최근 두 분기 연속 거래소에서 A등급 평가를 받았다. 자기들 이익만 챙기는 회사가 아니라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더욱 더 적극적으로 심어줄 계획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파생이 아닌 현물주식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