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엔 캐리트레이드가 돌아왔다

엔화 약세, 엔 캐리트레이드가 돌아왔다

권성희 기자
2011.04.05 10:36
▲최근 3개월간 엔/달러 환율 추이. 곡선이 떨어지면 엔화 강세, 올라가면 엔화 약세
▲최근 3개월간 엔/달러 환율 추이. 곡선이 떨어지면 엔화 강세, 올라가면 엔화 약세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엔 캐리트레이드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엔 캐리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의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 통화나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노리는 기법을 말한다.

투자 전문사이트 마켓워치는 5일 주요 7개국(G7)이 엔고 저지를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서며 엔화 약세가 이어지자 엔 캐리트레이드가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엔화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돈을 갚아야 하는 시점에 엔화 가치가 절상돼 있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최근의 엔저 현상은 엔 캐리트레이드를 위한 절호의 기회인 셈.

데일리FX의 외환 전략가 데이비드 송은 "G7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이 엔화를 약세로 유도했고 이 결과 엔 캐리트레이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엔화 환수 시작되면 엔 캐리트레이드 큰 손실

하지만 엔 캐리트레이드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유동적이다. 일본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대지진과 원전 피해 복구를 위해 해외 자산을 팔아 엔화를 일본으로 본격 환수하기 시작하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 퍼시픽 캐피탈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쉬프는 "엔화 환수는 몇 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엔화 강세 흐름이 지금 당장은 G7의 공동개입 노력과 일본은행(BOJ)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통화 완화책으로 저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FX의 송도 "일본이 원전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본으로 대규모 엔화 송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11일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엔화는 달러당 77엔 미만으로 거래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3월18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G7이 일본 엔화 절상을 막기 위해 엔화 매도에 나서면서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포렉스닷컴은 최근 보고서에서 "BOJ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일본 엔화와 다른 통화간 금리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화 트레이드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밝혔다.

엔화는 G7 공동개입 직전에 달러당 79엔에서 최근에는 84엔으로 가치가 절화돼 거래되고 있다. 엔/유로 환율도 개입 직전 111엔에서 최근에는 120엔까지 접근하며 유로당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 호주 달러당 엔화 가치는 90엔 부근으로 엔화가 2008년 수준만큼 절하됐다.

◆캐리트레이드, 급속도로 청산될 수 있어 위험

다만 일본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등으로 엔화가 일본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재빨리 엔 캐리트레이드를 청산할 필요가 있다. 환율 관리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FiRE앱스의 CEO 볼프강 코에스터는 "엔 캐리트레이드는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위험도 크다"며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BOJ가 기준금리를 0% 수준으로 인하했던 지난 2007년초에도 엔화를 빌려 주식과 원자재,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의 통화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트레이드가 크게 확산됐다.

하지만 미국 금융시장 붕괴가 시작되고 2008년말 미국 금융시스템에 위기가 고조되자 투자자들은 한꺼번에 엔화 캐리트레이드를 청산하려 서둘렀다. 당시 엔화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동안 투자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빌렸던 엔화를 갚으려 투자했던 주식과 석유, 심지어 금까지 팔아치웠다. 엔화 캐리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은 주가와 유가, 금값 폭락을 악화시켰다.

포렉스닷컴은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캐리트레이드는 포지션이 쌓일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급격하게 청산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엔화가 중요한 지지선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엔 캐리트레이드의 유행에 조심스러운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로 결정되는 수익성이 통화 가치 결정

최근 크레디 아그리콜이 발표하는 '수익률 욕구 지수(Yield Appetite Index)'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수익률 욕구 지수'란 여러 국가의 통화와 상대적인 금리차 사이의 상호상관 관계를 분석해 산출하는 지수다.

크레디 아그리콜의 글로벌 외환 전략 대표 미툴 코테차는 '수익률 욕구 지수'가 오른데 대해 "(캐리트레이드가) 환율 변동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불과 몇 주일전만 해도 심한 마이너스였던 '수익률 욕구'가 최근에는 큰 폭의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코테차는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화 선호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호주 달러 선호도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며 "호주의 기준금리가 4.75%로 선진국 가운데 높아 호주 달러가 다른 통화에 비해 고수익 통화로 각광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엔 캐리트레이드가 조금 더 지속될 수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엔화 가치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엔화를 매도해 다른 자산이나 통화를 매수하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GFT의 외환 리서치 이사 캐시 리엔은 "오는 7일 열리는 BOJ의 통화정책회의에서 통화완화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이 결과 캐리트레이드를 위한 조달 통화로 엔화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자들은 조달금리가 싼 통화를 사용할 때는 보통 더 많은 리스크를 부담하려 한다"며 "이런 점에서 이머징마켓 주식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 캐리트레이드를 통한 투자 대상이 이머징마켓 주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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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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