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미국 국채 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18일(현지시간) 오후 5시 현재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3.38%를 나타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한 때 지난달 24일 이후 최저치인 3.36%까지 내려갔다.
30년물 국채수익률도 한 때 4.55%까지 급등하다 오후들어 4.46%로 내려가며 전날보다 0.01%포인트 떨어졌다. 2년물 국채수익률도 0.67%로 0.04%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전망이 낮아졌다는 것은 미국이 국채를 팔아 자금을 조달할 때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지며 미국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졌다. 이런 아이러니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3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첫째,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긴 했으나 투자자들은 S&P가 실제로 신용등급을 낮출지, 설사 낮춘다 해도 언제 낮출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투자전문 사이트 마켓워치는 "이날 국채 가격 상승은 투자자들이 최소한 몇 년간은 미국의 신용 문제에 대해 실질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스타이펠 니콜라우스의 볼티모어 부문 국채 트레이더인 마틴 미첼은 "시장은 신용등급 하향이 임박한 사건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달러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부채 문제를 유럽과 동등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TD증권의 금리 전략 이사인 리처드 길훌리는 1996년에 미국의 신용등급이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등급 이슈가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1996년 당시 미국의 국채수익률 곡선은 장기 국채수익률이 상승,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가팔라졌지만 이런 현상은 단기간에 그쳤다. 또 미국은 얼마 뒤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빠졌다.
둘째, S&P의 등급 전망 하향이 워싱턴 정치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부채 문제 해결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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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스티브 골드스타인은 "아마도 채권시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 등 정치인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앞으로 더 잘 협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한 것 같다"고 밝혔다. S&P의 등급 전망 하향은 워싱턴 정치인들에게 울리는 경종이지 시장에 대한 경고는 아직 아니라는 설명이다.
셋째, 그나마 미국 국채가 위험자산인 주식이나 채무재조정 얘기까지 나오는 유로존 국채보다는 낫다는 인식이다.
마켓워치의 골드스타인은 "미국 채권시장에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어느 정도 감안돼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에는 디폴트 위험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아마도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그나마 미국 국채가 주식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내셔널 펜실베이니아 투자신탁의 머니매니저 제임스 반스는 그리스의 채무재조정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국가 부채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고조될수록 안전한 국채에 대한 선호가 늘게 된다"고 말했다. 어쨌든 투자자들은 미국이 유로존보다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