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의사·약사 단체의 이익이 첨예하게 얽혀 있어 지난 십여년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해묵은 문제가 정식적으로 논의되게 됐다.
최근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약국외 판매가 가능한 의약품의 재분류를 진행하고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전재희 국회 문방위원장 등 역대 실세(?) 복지부 장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문제를 진 장관이 정식 추진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일반약슈퍼 판매를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당초 복지부가 약사법 개정이라는 '정공법' 대신 고속도로 휴게소 등 약사 없이도 구급약 판매를 허용하는 '특수 장소'를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정치인 출신 진 장관이 회원 3만명이 넘는 거대 이익단체 약사회의 논리에 굴복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복지부는 뒤늦게 약사법 개정안을 상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진 장관은 논란이 일자 "(약사법 개정이) 국회가면 뻔히 안될 줄 알면서 그냥 정부차원에서 책임은 다했다, 손털기 위해서 국회에 공을 넘긴다. 이럴 경우 이것이 과연 책임 있는 행동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일반약 슈퍼판매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약사법 개정이 이뤄지고 의약품의 정의가 바꿔져야 한다. 하지만 '골목 여론 전파자'인 약사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국회의원들이 약사법 개정안을 언제 쯤 통과시킬지는 미지수다.
그런 측면에서 "우선 법 개정이 필요 없는 부분부터 고치고 시간을 갖고 정치권을 설득하려 했다"는 진 장관의 말에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 장관 고시만하면 가능한 의약품 재분류는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철옹성처럼 지켜졌던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가 처음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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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장관은 올해 정책의지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기여보비'(寄與補裨 이바지해 돕고 부족함을 보태어 준다)를 선정한 바 있다.
진 장관이 일반약 슈퍼판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에 대한 비난보다는 국민의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담보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