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만든 김석동, 4년만에 자통법 전면 개정

자통법 만든 김석동, 4년만에 자통법 전면 개정

박재범 기자
2011.07.26 12:00

[자본시장법 개정]

'자본시장법 전면 개정'. 김석동 위원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취임 후 7개월 공을 들인 작품이 26일 공개됐다.

477개 법조문 중 200개 가까이를 손 봐야 한다. 40% 수준이다. '전면 개정' '제정 수준'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법이 제정된 2007년 8월 이후 4년 만이고 시행된 때(2009년 2월)부터는 2년 반이 지났다. 법 제정 당시 주무 국장이었던 김 위원장은 이제 담당 장관으로서 개정안을 들고 국회를 찾게 됐다. 그만큼 애정이 깊다.

변화가 빠른 자본시장의 특성상 시기적 요인은 충분했다. 내용적으로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우선 기대했던 변화가 많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정부는 한국판 골드만 삭스의 등장을 자신했다. 업권간 벽을 허물고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대형 투자은행(IB)의 탄생은 필연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변수가 있었다지만 꿈틀거림조차 없었다. 진입문턱만 낮아져 '고만고만한' 증권사만 난립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혁신적 변화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대형 ib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 첫 페이지도 '투자은행 활성화'다. 김 위원장도 'IB 육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면 개편'의 내용은 크게 △산업 △시장 △기업 △투자자 등으로 나뉜다. 자본시장을 구성하는 주요 축들이다. 이들 축을 중심으로 부족한 면을 채우고 손질한 게 이번 개정안이다.

산업의 핵심이 투자은행 활성화다. 다시한번 '한국형 골드만 삭스'의 출연을 꿈꾸자는 얘기다. 이번이 아니면 해외 진출은커녕 한국 시장까지 다 내줄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도 묻어 있다.

방법론으로 대형사 차별 육성을 꺼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를 투자은행으로 지정해 업무 영역을 넓혀주는 식이다. 신규업무는 기업 대출, 프라임브로커 등이다. 헤지펀드에 돈을 대주고 인수합병(M&A) 자금을 지원해주도록 하는 등 이른바 기업금융 관련 종합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투자은행 그림이다.

시장 분야에선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도입 등 인프라 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과거 법 제정 당시 미뤄놨던 과제인데 이번엔 강하게 담았다. 가장 뒤쳐진 부분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해외 주요 거래소는 M&A와 기업공개(IPO) 등으로 대형화·글로벌화하고 있는데 우리 거래소는 변화에 뒤쳐졌다. 매매체결 관련 정보기술(IT) 투자도 제자리걸음이다.

금융당국의 그 이유를 '경쟁 부재'에서 찾고 유통시장 경쟁 촉진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 통합이 세계적 추세"라며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아시아 시장에서 설 자리조차 없다"고 말했다.

기업 분야에선 '당근'과 '채찍'을 내놨는데 후자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 기업이 활용할 재무 수단이 글로벌 수준에 비해 부족한 게 맞지만 기업이 남용하는 사례도 적잖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주배정 유상 증자 등 일부 재무 수단이 편법 상속에 활용되는 게 대표적인 예다. 금융당국은 아예 △실권주 임의처리 금지 △저가발행시 신주인수권증서 발행 의무화 등 장치까지 두겠다고 강조했다.

'섀도우 보팅(중립 투표)' 폐지도 같은 맥락이다. 섀도우 보팅이란 기업이 요청하면 예탁결제원이 일정한 의결권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의결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 성립이 안 될까봐 지원책으로 마련한 것인데 어느새 경영진의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기업 입장에선 '괜찮은' 무기를 잃게 되는 것이어서 부담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보호 강화에도 힘 쓴 흔적이 보인다. 불공정 거래 규제를 선진국 수준에 맞췄다. △초단기매매를 통한 과다 시세관여행위 △2차 정보 수령자의 정보 이용 △비상장증권·장외파생상품 시세조종 등도 모두 제재 대상이 된다. 그간 규제의 사각 지대에 놓였던 행위를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 들이겠다는 의지다. 과징금 제도 확대도 담았다.

여기까지 그림은 거창하다. 하지만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김 위원장 말대로 "멀고도 먼 길"이 남았다.

수 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대형 투자은행만 해도 그렇다. 3조원 규모의 증권사를 IB로 볼 수 있는지부터 걸린다. 오히려 정부가 정책 의지를 갖고 '인위적' 재편을 꾀하는 게 나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M&A를 통한 대형화를 유도하란 얘기다.

시장 인프라 개혁도 험난한 여정이다. 당사자인 거래소의 반발이 예상보다 적다지만 정치·사회적 이슈 등 복잡한 문제가 많다. 지역적 갈등 소지는 뜨거운 감자다. 총선 등 정치 일정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엄청난 저항이 있겠지만…"이라고 했다. 어렵사리 빛을 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장담키 어려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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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박재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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