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에도 美국채는 여전한 안전자산

美 신용등급 강등에도 美국채는 여전한 안전자산

권성희 기자
2011.08.07 16:03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지만 가장 일차적으로 타격을 받아야 할 미국 국채는 정작 안전자산으로 지위를 유지하며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기존 금융질서를 유지하려는 각국 정부의 공조 ▲미국 국채를 대체할만한 투자대상의 부재 ▲금융회사 자본규제상 트리플A와 더블A 사이의 미미한 차이 때문이다.

우선 전세계 각국 정부는 지금의 금융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추가적인 변화를 원치 않고 있다. 전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 가운데 대부분이 미국 국채이다. 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어느 한 국가가 미국 국채 매도에 나설 경우 연쇄 매도가 야기돼 미국 국채값이 폭락하게 된다.

전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금융시장 혼란을 원하지 않는다. 국채값이 추락할 경우 대규모 국채를 보유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사줄 상대가 없어 미국 국채를 처분할 수도 없을 뿐더러 심각한 외환보유액 손실을 당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이후 각국 정부는 미국 국채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명하고 나섰다. 다우존스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에 이어 미국 국채를 두번째로 많이 보유한 일본의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유지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이번 조치로 투자 대상으로써 미국 국채의 매력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수아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 경제의 견고함과 기초여건을 완벽하게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경제부 장관은 BBC와 인터뷰에서 달러는 "핵심적인 국제 통화"라며 "미국은 문제가 됐던 부채위기를 현재 신중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얼마전 미국의 부채위기를 강력 비판하기도 했지만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는 세르게이 스토르착 재무차관이 미국의 한단계 신용등급 강등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둘째,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전세계에 유통되는 전체 트리플A 등급 채권 가운데 미국 국채와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3%로 절반이 넘는다. 유동성으로나, 규모로나 미국 국채와 미국 정부 보증 채권을 대체할만한 투자 대상이 없다.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와 유럽 부채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됐던 지난주 미국 국채는 랠리를 이어가며 10년물 수익률이 2.8%에서 2.5%대로 떨어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투자회사 YCMNET의 마이클 오시카미 수석투자전략가(CIO)는 "전세계 투자자들이 두려움을 느낄 때 결국 어디에 돈을 넣겠는가"라며 "여전히 미국 국채이며 이러한 양상이 지난주에도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트리플A 등급인 독일과 영국, 호주 등의 국채는 물량이 적어 미국 국채를 대체할만하지 않다. 아울러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각국 정부는 물론 금융회사와 글로벌 기업이 모두 상당량의 달러를 보유해야 하며 달러를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미국 국채일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금융규제상 트리플A 등급 채권만 보유해야 하는 금융회사는 거의 없다. 따라서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이 낮아진다고 금융회사가 대거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트리플A 등급 채권으로 교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S&P의 등급 강등이 발표된 직후 은행에 대한 대출과 재할인율, 국채 매입을 통한 공개시장 조작 등에서 미국 국채와 정부 보증 채권은 기존과 같은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산정할 때 미국 국채와 정부 보증 채권의 리스크를 계산할 때 적용하던 위험가중치에도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신용등급이 낮아졌다고 해서 은행이 미국 국채 보유에 따라 쌓아야 하는 자기자본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아울러 3대 신용평가사 중 S&P만 신용등급을 낮췄다는 점도 미국 국채에 대한 영향을 제한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무디스와 피치가 미국 국채에 여전히 트리플A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금융규제와 관련해 미국 국채의 지위가 당분간 크게 변할 가능성은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미국 국채 가격 하락, 혹은 수익률 상승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국채가 더 이상 '무위험자산'이 아니라는 사실이 신용등급으로 확인된 만큼 수요가 줄며 수익률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라자드 프레러스&Co.의 배리 리딩스 미국 투자은행 부문 부회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어쨌든 국채수익률이 어느 정도까지는 오를 것이며 이는 한계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국채수익률의 또 다른 변수는 FRB의 추가 양적완화, QE3 시행 여부다.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QE3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으며 실제로 FRB가 다시 국채를 사들여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면 국채수익률 상승은 억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채수익률은 신용등급보다 그 국가의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경제여건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트리플A 등급의 호주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9%인데 더블A의 일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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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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