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이 정식 출범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이 사업단의 설립은 제약업계에는 물론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R&D)지원 사업의 역사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신약개발은 한개 부처가 주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원천기술 발견에 대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 임상시험에 관련된 것은 보건복지부, 상업화와 산업에 대한 것은 지식경제부의 도움이 있어야 탄력을 받는다.
신약개발의 이러한 융합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했던 관련 부처들은 지난 10여 년간 자기들의 '텃밭'을 지키려고 긴장과 갈등 관계를 유지하며 소모전을 벌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3개 부처가 힘을 합치겠다니 우리나라 신약개발사에서는 획을 그을 수 있는 사건이라는 얘기다.
사업단은 향후 9년간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각각 5300억원 씩 총 1조6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세계적 신약 10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 기준으로는 큰 액수이지만 거대 제약기업을 상대하기에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자금적 열세에서 사업단의 성공은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의 구축과 과제의 선정에 달려 있다.
사업단이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때에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약은 원료물질이 무엇인가에 따라 접근 방법이 꽤 다르다.
화학합성의약품은 특허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그만큼 방어도 어렵고 실패 확률이 높다.
바이오의약품은 원천특허가 있어야 경쟁력을 가지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지적재산을 거의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천연물의약품은 우리나라가 경험이 많고 자료도 풍부하지만 선진국시장에서는 아직 주류 의약이 아니어서 풀어야 할 기술적 숙제가 많다. 이러한 성격들을 잘 헤아려 포트폴리오가 구축돼야 할 것이다.
대상 질환에 대한 포트폴리오 구축도 중요할 것이다.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 관절염 등은 거대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나 세계 유수 기업들이 모두 뛰어든 분야이다. 우리가 성공할 수 있는 분야와 제품을 잘 선정하지 않으면 '바위에 달걀 던지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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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1조원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대한 미련 즉 '대박의 함정'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민·관 전체의 신약개발 R&D 예산은 거대 제약기업 '화이자' 한개 회사의 5분의1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블럭버스터 의약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할 수 있다. 대박의 꿈은 기초연구, 원천기술 개발이 제대로 됐을 때나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사업단이 성공만을 좇다보면 정부 R&D사업에서 철학적 모순이 드러난다. 즉 사업단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정하려는 유혹에 빠질 텐데, 그러한 과제는 기업이 맡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모험도는 높으나 과학적·의학적 가치가 뚜렷하고 성공할 경우 시장을 선도할 만한 과제의 선별에 더 비중을 둬야할지 모른다.
아무쪼록 무한경쟁과 수많은 변수로 가득 찬 제약시장에서 사업단이 성공적으로 운영돼 세계적 신약개발의 산파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에 부처 이기주의를 잠재우고 구제역이나 신종플루, 의료기기와 같이 다부처 성격이 강한 바이오사업들도 통합 운영해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