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위 통해 재기한 신칠하씨의 사연

신용회복위 통해 재기한 신칠하씨의 사연

문혜원 기자
2011.11.18 10:01

[머니위크 커버]워크아웃 100만시대 출구전략/50대에 막노동 그리고, 정육점

"그때는 정말 죽고 싶었어요. 사방이 막힌 것 같은 느낌이었죠."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칠하 씨(59)는 올해 4월, 8년 만에 자신이 진 모든 빚을 청산했다. 신씨는 파산 전까지 전국 우시장에서 도축을 대행하며 80여개 정육점에 고기를 납품하던 사장이었다.

그때는 신용등급도 최고 등급인 VIP로 금융권에서 앞 다퉈 상품을 유치하려던 우수 고객이었다. 신용에 대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로운 생활을 했다.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경로잔치도 열어주는 등 베푸는 삶을 살았다.

"예전에는 잘 나갔어요. 부도가 나고서는 남을 생각할 겨를이 없게 됐어요. 인생이 180도 달라졌지만 누구를 원망하지는 않아요."

신씨가 한순간에 파산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것은 구제역 파동 때문이었다. 가계 당좌로 고기를 공급하던 그는 구제역으로 유통망이 막히자 자금 회전부터 멈춰버렸다. 그가 고기를 납품하던 일반 정육점들도 줄줄이 도산했다. 미수금만 해도 3억2000만원에 달했다. 그 역시 채무를 떠안았다. 이를 변제하는 과정에서 은행에 가계당좌 6000만~7000만원을, 카드회사에 600만원을, 지인들에게 2억원을 빚지게 됐다.

큰 빚을 지고 파산하게 되자 그야말로 폐인처럼 방황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빚을 갚기 위해 가게, 집 할 것 없이 모두 청산했다. 부도가 나고 2년 동안은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가 없었다. 신용등급도 추락해 10급으로 떨어졌다. 제2금융권조차 거래가 어려웠다. 사업만 무너진 게 아니었다. 가정마저 깨어졌다. 아내와 이혼하고, 두 자녀들과는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안팎으로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신세가 된 것이다.

"카드사며 은행이며 돈을 빌린 곳에서 매일 독촉 전화가 빗발쳤어요.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수십통씩 전화오고 사람들이 들이닥쳤죠. 그때 처음으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방이 막혀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가 마지막으로 손을 뻗은 곳은 신용회복위원회였다. 신용회복위에 등록을 한 후부터는 일절 독촉전화가 오지 않았다. 이제 그는 차근히 빚을 갚아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신용회복위에서는 자신의 매달 수입에서 어떻게 갚을 수 있을 것인지를 상담해줬습니다. 무리하지 않게 생활하면서도 일정 금액을 꼬박꼬박 갚아나가게 하는 거죠. 저는 한달도 밀리지 않고 돈을 갚았습니다."

신씨는 돈을 갚기 위해 처음에는 6개월 간 건축현장에서 막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쉰이 넘은 나이에 고된 노동이었다. 그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나마 안정되기 시작한 때는 2004년 자금을 융자받아 지금의 정육점을 다시 열고부터다. 예전의 도매업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규모지만 막노동 할 때보다 몸은 편해졌다.

그는 돈이 생기는 대로 신용회복위에 돈을 갚아 나갔다. 누구보다 성실히 노력한 끝에 8년째인 지난 3월 빚을 모두 청산했다. 신용등급도 많이 회복해 6급까지 올라오게 됐다.

"주위 사람들이 도와줬어요. 아직 지인들에게 빌린 돈이 조금씩 남아있기는 해요. 그분들이 기다려주지 않고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재기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신씨는 빚을 완전히 청산했을 때의 기분이 어땠냐고 묻는 질문에 "어땠을 거 같아요? 물어보나 마나지"하며 당시를 생각하는 듯 기쁨에 잠겼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죠.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출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밑바닥에서 탈출했으니까요."

그는 신용회복위가 개인 파산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제도라고 말한다. 신용회복위에 약속한 대로 성실하게 이행하면 창업자금도 대출해준다. 자신과 함께 도산했던 다른 정육점 사장들 역시 신용회복위를 통해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빚을 갚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겨울은 몹시도 혹독했다. 빚을 갚으며 생활을 영위하기도 어려웠는데 구제역까지 겹쳐 가게 운영마저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단 한번도 연체 없이 빚을 갚아 나갔다. 자신이 빚진 것은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마지막으로 이 얘기를 꼭 해달라고 전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안일한 생각으로 빚 때문에 죽을 생각하지 마세요. 노력하면 돕는 손길들이 여럿 생겨날 겁니다."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살펴보니

사진=류승희 기자

신용회복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연령대 별로는 30~40대가 가장 많았다. 40대 신청자가 6659명(34.4%)로 가장 많았고 30대는 6349명(32.8%)으로 30~40대 신청자가 전체의 67.2%를 차지하고 있다.

소득별로는 소득 100만원 이하의 신청자가 과반수 이상(52.9%)을 차지해 빈곤층이 다시 빚의 수렁에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 원인은 사업 실패(25.1%)가 가장 많았고, 생활비 부족(21.4%), 실직으로 인한 소득상실(16%)이 뒤를 이었다.

유재철 신용회복위 팀장은 "가계 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우선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실질적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개인의 채무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합리적인 소비생활 방법 등 신용관리 교육도 지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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