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 밥과 술, 어느 것으로 팔 것인가?

보쌈? 밥과 술, 어느 것으로 팔 것인가?

이경태 기자
2011.12.20 21:33

이경태의 음식점 실전 클리닉

보쌈 전문점 창업을 원하는 의뢰인에게 식사용 보쌈집인지 술이 강한 보쌈집인지를 물어본다. 이미 술이 강한 식당으로 앞전에 서운치 않을 수업료를 지불했기 때문에 내심 밥으로의 보쌈이라는 답이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러나 의뢰인은 ‘술안주로 선택하게 되는 보쌈집’임을 밝힌다. 필자의 이 질문이 낯설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이런 물음을 독자도 던져야 한다. 클리닉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본질 속에서 얻어지는, 집중하게 되는 방향성이다.

◇ 메뉴 콘셉트에 맞는 상차림 구성

보쌈을 식사가 강한 곳으로 가자면 당연히 점심부터 사람들이 모여들 자리여야 한다. 그런 곳은 대부분 저녁이 일찍 끝나는 곳이다. 밤 10시에 문을 닫아서는 술손님을 끌어당기기 어렵다.

반대로 술이 강한 곳이라면 점심은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아 문을 열어도 꽝이기 십상인 상권일 것이다. 그래서 낮 장사를 포기하고 늦은 밤 혹은, 새벽까지 영업을 해도 좋은 자리를 찾는다.

이처럼 콘셉트가 무엇인지에 따라 가게의 입지 자체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음식도 밥이냐, 술이냐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점심에 보쌈 정식, 저녁에는 보쌈 술안주로 두루두루 잘 팔리는 곳이라면 굳이 컨설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많은 권리금만 기꺼이 지불하면 될테니 말이다. 밥집이라면 보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차림에 신경을 써야 한다.

보쌈과 더불어 먹을 수 있는 반찬이면서 곁들임이 푸짐해야만 먹을 만한 가치가 있다. 식사에서 포만감이 빠지면 그것은 팔리지 않는다. 포만감은 시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시각적 포만감은 주 메뉴에서 줄 것인지 반찬이나 곁들임에서 줄 것인지를 또 한 번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죽집은 주 메뉴만을 푸짐하게 준다. 반찬이라고는 소소한 양 정도다. 그러나 주 메뉴를 시각적으로 볼 때 포만감을 느끼지 못할 사람은 없다. ‘저 많은 양을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즐거운 겁’에서 출발해 결국 해치워내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또한 쌈밥이라면 함께 깔아줘야 하는 반찬의 가짓수도 중요하지만 메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쌈채가 훌륭해야 한다. 그것이 빈약하다면 시각적 포만감이 없어 가격에 대한 불만을 피부 깊숙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밥인지 안주인지 명확한 노선 설정

보쌈을 밥으로 집중하려면 상차림의 세팅에서 시각적 푸짐함을 연출해야하며 이는 반찬과 곁들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 곁들임은 밥과 어울리는 것이어야 하므로 보쌈과의 연계성이 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술로 집중되는 보쌈이라면 상차림의 푸짐함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삼겹살, 회, 치킨을 멀리하고 보쌈을 선택했을 때는 보쌈 그 자체를 중요한 술안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찬이나 곁들임으로 상을 채워서는 역효과다. 회를 먹는 사람들이 스끼다시를 기대하고 먹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보쌈을 어떠한 형태의 술안주로 먹게 만드는가에 대한 풀이다.

다른 안주가 많음에도 보쌈을 선택한 이유는 고기일까? 김치일까? 구워진 고기가 아니라 삶아진 고기에 매력을 느낀다면 굳이 보쌈이 아닌 수육을 찾게 될 것이다. 실상은 어떤가? 고기가 맛있는 보쌈집과 김치가 맛있는 보쌈집에서 독자는 어디를 선호하는가?

술안주로 선택하는 보쌈집은 이런 논리와 풀이로 출발해서 골인해야 한다. 고기보다는 김치며 김치 맛에 대한 퀼리티가 낮으면 담음새와 연출력으로 맛있는 김치라고 여기도록 포장해야 한다.

◇ 무엇을 팔 것인지 결정하라

맛있는 창업의 클리닉은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는 본질(손님의 구매 원인, 많은 경쟁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별성)을 파헤치면서 출발한다. 이런 클리닉의 마인드로 차려내는 신규 창업은 확실한 주특기를 가진다.

맛, 가격, 서비스, 느낌, 색다름 등 무엇을 팔 것인지 정하고 그 상황과 환경, 점주의 경험, 마인드에 적합한 것들을 한두 개 뽑아 강하게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제대로 된 특화는 모든 것을 두루두루 잘하는 것이 아닌 확실하게 선택된 한 가지일 때 빛을 발한다. 유사한 공급자가 지나칠 정도로 많은 작금의 시장 환경에서 모두 다 잘하는 곳이라는 설정은 비웃음과 함께 오히려 공격적인 태도를 갖게 함을 필자는 십수 년의 컨설팅 경험으로 체득했다.

필자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의뢰인은 “이 소장의 기본 지론처럼 퍼주는 보쌈집의 콘셉트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 필자는 의아한 듯 고개를 젓는다.

“이도 저도 특색이 없어 부진한 가게의 퍼줌은 직선적인 돌파구가 되기에 권하기도 하지만 시작하는 가게에서 일부러 퍼주고 극한 마진을 볼륨으로 극복하는 것은 절대 권하지 않습니다.” 신규로 창업하는 식당은 몇 가지의 가격 논리와 메뉴 구성으로 무장하기만 해도 주먹구구식으로 장사하는 경쟁자, 자기 이윤에 집착하는 경쟁자, 오로지 제 맛이 최선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경쟁자를 이길 수 있다.

◇ 최적의 매치는 최상의 구성!

메뉴는 어쨌든 늘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연관성이 없는 메뉴의 나열은 처음부터 백기를 들고 고객에게 하소연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음식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잊지 않는다면 메뉴 구성은 지극히 평범해도 좋다. 색다름은 꿈이다. 손님은 경험하지 않는 것에 대한 소비를 걱정하기 마련이다.

보쌈에서 손님의 관심은 김치다. 김치는 꾸미지 않는다. 그럴리야 현실적으로 만무하지만 김치에 어떤 첨가물을 넣어서 호박김치, 된장김치, 옥수수김치와 같이 꾸미지 않는다. 김치는 보쌈김치답게 적당히 맵고 달콤하면 된다.

확실하게 일반 김치, 겉절이와 다름이 느껴지게 완성하면 된다. 정확히는 그 맛을 더 완성하기 위한 점주의 노력이 끝이 없어야 맞다. 정말로 뛰어난 고기 맛, 죽여주는 김치 맛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러나 그 맛은 바로 준비되지도 익숙해지지도 완성되지도 않는다. 실제 손님과의 접점과 가게의 익숙함 속에서 보다 나은 맛으로 발전되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내공을 갖춘 음식이 결국 맛집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픈 초기 그냥 저냥 손님을 받을 수도, 장사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자면 메뉴 상 약간의 빈틈은 필요하다. 전혀 다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단출해 보이는 메뉴 구성은 고객이 식상해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본질은 건들지 않고 메뉴가 달라 보이는 기법을 적용해야 메뉴판이 그럴듯하게 채워질 수 있다.

◇ 주를 뒷받침할 부의 경쟁력

김치와 싸먹는 고기는 기본이다. 그러나 김치와 싸먹는 것이 고기만은 아닐 것이다. 고사를 지내 본 경험이 있는 당신에게 물어본다. 고사를 위해 준비한 시루떡을 어떻게 먹었는지 말이다.

시루떡과 함께 준비한 수육을 김치에 싸 먹으면서 떡도 함께 먹지 않았던가? 필자의 상상력은 이렇게 출발한다. 분명히 시루떡과 먹은 김치도 일품이었다. 갓 지어진 쌀밥에 올린 김치 한 조각도 분명히 김치와 함께 먹는 밥이기에 맛있다.

이처럼 필자의 상상력은 ‘김치와 싸먹을 수 있는 무엇’으로 발칙하게 상상하기 시작한다. 단, 원칙은 있다. 김치와 먹는 무엇과 더불어 술이 전제되어야 한다.

술안주로도 괜찮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무엇이 김치와 개별적으로 먹어도 술안주와 어울릴 것이라는 원칙이 필요하다. 보쌈처럼 술 안주로도 먹을 수 있는 서민적인 안주. 김치로 싸기에(함께 먹기에) 적당한 크기의 안주, 고기보다 원가가 낮은 안주 등 경험을 짚어보면 멋진 메뉴 구성이 가능할 것이다.

술안주로서의 보쌈집이지만 “그 집 보쌈은, 김치는 정말 맛있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하여 가게가 계속 힘들 수는 없는 일이다. 뭔가 조금은 색달라 보이는 처진 스트라이커를 만들어야 한다.

골은 넣지 않아도(전체 매출을 그것이 이끌어 갈 필요는 없다는 소리다) 좋다. 골을 넣어야 하는 보쌈의 보조로 때로는 그것 때문에 테이블 단가가 올라가는 역할이면 된다.

◇ 잘 차린 곁들임으로 고객 만족도 높이기

그것이 바로 10월호에서 설명한 곁들임이다. 주 메뉴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훨씬 더 푸짐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메뉴판을 구성하는 것이다. 곁들임은 주 메뉴의 가격을 뛰어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선택의 대상이 아닌 고민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곁들임은 팔리게 해야 한다. 팔리지 않는 곁들임은 메뉴판의 흉물일 뿐이다. 결국 곁들임은 가격이 낮아야 한다.

또한 가격 대비 만족도도 충실해야 한다. 그러자면 곁들임의 원가는 높아지고 마진은 당연히 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에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이미 주 메뉴에서 여러분은 필요한 이익을 얻었다.

만일 손님이 곁들임을 추가로 주문하지 않고 나간다면 당신의 매출(이익)은 거기서 끝이다. 추가로 곁들임을 주문함으로 인해서 테이블 단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며 약간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 것 또한 사실이다.

곁들임은 이미 주 메뉴가 나갔기 때문에 주문한 음식 외에 반찬이나 공기밥 이런 것이 제공되지 않는다. 심한 말로 판매가격의 70%를 원가로 잡아도 관계없다. 그 정도로 파격적이라면 상품성은 뛰어날 수밖에 없다.

품질로나 양으로나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맛있는 창업은 바로 이 점이 장사를 하는 당신에게 얼마나 득이 되는지를 피를 토하며 설명하고 이해시키고픈 마음이다. 곁들임을 기대 이상의 만족도로 먹게 된다면 그 고객은 앞전에 시킨 주 메뉴 역시도 만족하게 된다.

약간의 불만과 사소한 빈정을 지녔더라도 마무리에서 공격당한 곁들임으로 인해 흡족하게 음식을 먹었다는 평가를 안고 가게를 나서게 된다. 거기에 또 다른 당연함은 곁들임까지 먹은 배와 그렇지 않은 배는 든든함이 다를 것이다. 포만감을 느낀 고객이 뒤돌아서서 가게에 대고 ‘너무 배불러 몸 망가지게 한 몹쓸 식당’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곁들임을 통한 약간의 이익 상승도 무시할 수 없지만 필자는 바로 이 부분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손님의 만족도는 구전의 출발이 되고 재방문의 근거가 된다. 만족하게 만들자. 그러기 위한 처진 스트라이커는 당신의 식당에 매우 필요한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아지려고 하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식.당.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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