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투자노트]
노후 대비를 위한 재테크에는 몇 가지 진리처럼 여겨지는 원칙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나이가 들수록 주식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은 줄이고 채권이나 예금 같은 안전자산 비중은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권장하는 자산 배분 공식도 있다. 금융자산 가운데 적절한 위험자산의 비중은 '100-나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세면 전체 자산의 70%를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50세면 50%, 60세면 40% 등으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라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선 이 공식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갖고 가는 사람조차 거의 없을 것이다. 모든 투자의 기준이 안전에 맞춰져 있어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과 연금보험에 '올인'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점점 더 길어지는 고령화의 시대에 원금이 보장되는 저수익형 안전자산만으로는 재정적으로 노후를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6세다. 이 평균 수명에는 질병이나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수명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치명적인 질병이나 갑작스러운 사고만 없다면 보통의 한국인들은 90세까지 너끈히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60세까지 정규직으로 회사에 다니기도 쉽지 않지만 60세에 퇴직한다고 해도 30년을 소득 없이 젊었을 때 모아놓은 돈으로 살아야 한다. 지금 30~40대가 퇴직할 때면 평균수명이 100세를 훌쩍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하니 40년, 길면 50~60년을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
이런 고령화 시대에 4~5%의 은행 예금금리 또는 연금 공시이율로는 물가상승률을 따라가기도 급급해 사실상 돈을 모으는 역할만 할뿐 돈을 불리는 역할은 기대할 수도 없다.
현실이 이런데도 나이가 들면 수익이 낮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라고만 권하는 것은 어쩌면 무책임한 조언일 수 있다. 실제로 브랜디스 인스티튜트(Brandes Institute)의 배리 길먼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수록 채권 비중을 늘리고 주식 비중을 낮추라는 금융상식은 고령화 시대와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늙을수록 채권 비중을 늘리고 주식 비중을 낮추라는 이유는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지금 시대에 나이 들어 가장 큰 재정상의 문제는 금융 리스크에 따른 자산 변동이 아니라 '돈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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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죽음'이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모아 놓은 돈이 모두 바닥나 빈털터리 노인이 되는 것이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이를 '오래 사는 리스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길먼 이사는 엄청난 금융위기로 노후자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회복되지 않을 위험보다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아서 '돈의 죽음'을 먼저 보게 될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60세가 되어 금융자산의 70~80%를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다소 이상하고 위험해 보인다. 길먼 이사는 금융 리스크와 돈의 죽음을 모두 방지하기 위해선 장기 수익률을 높이면서 노후의 재정 안정성까지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장기 수익률 제고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으로 달성하고 재정 안정성은 계약한 나이까지, 혹은 평생 동안 일정 금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연금보험으로 확보하라는 제시했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근로자들은 퇴직 후 생활비에 비해 소득이 월평균 28%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는 자산재조정과 연금보험을 추천했다.
피델리티는 조사 결과 대부분의 노인들이 나이에 비해 훨씬 더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자산 포트폴리오에 주식 관련 투자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었다며 위험자산을 소폭 올리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90세까지 산다고 하면 60세에 주식에 투자해 손실이 난다한들 회복할만한 기간은 충분하다. 그러니 아직 80대가 지나지 않았다면 "너무 늙어서 위험자산 투자는 안돼"라는 고정관념은 이제 지워버리자. 이제는 60~70세도 투자에 대한 학습이나 전문가의 도움만 전제된다면 주식 투자하기에 충분히 젊은 나이다.
참고로 피델리티는 노후에 생활비 부족분을 충당하는 방법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는 자산재조정과 연금보험을 포함해 일하는 동안 저축액 늘리기, 완전한 퇴직 연령 늦추기, 주택 줄이기 등 5개 전략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