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교수가 캠핑에 빠진 이유는?

여 교수가 캠핑에 빠진 이유는?

문혜원 기자
2012.05.24 10:11

[머니위크 커버]캠핑의 재발견/ 캠핑고수에게 듣는 캠핑의 묘미

일반적으로 캠핑이라고 하면 야생 속에 푹 파묻혀 자연과 혼연일체가 된 자연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래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 역시 어쩐지 턱수염이 덥수룩한 남성일 것 같았다. 하지만 5년째 캠핑을 즐기는 김정은 배화여자대학 교수는 기자가 생각한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사진 류승희기자

야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는 겉모습과는 달리 가족들과 함께 매주 캠핑을 떠나는 캠핑족이다. 김 교수가 캠핑에 빠지게 된 것은 캠핑이 대중화되기 전인 2007년. 당시만 해도 캠핑은 마니아들끼리만 즐기던 문화였다. 그가 캠핑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캠핑마니아였던 친구의 가족 덕분이었다.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그때 저희 가족은 콘도에서 묵고 친구네는 캠핑장에서 야영을 했어요. 친구네 텐트에서 놀다보니 저희 가족은 모두 콘도를 버려두고 함께 텐트에서 잠을 자게 됐죠. 그런데 5~6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는데 너무 개운한 거예요. 그때부터 캠핑의 묘미에 빠지게 됐죠."

 

캠핑이 주는 의외성도 김 교수가 캠핑에 빠지게 된 이유다. 음식을 전공하는 그에게 투박할 것만 같던 캠핑의 예쁜 그릇들이 그를 매료시켰다. 가제트처럼 만능인 수납기기들이 김 교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편안한 콘도를 버려두고 얻은 캠핑의 묘미를 알게 된 김 교수는 그 다음주부터 열혈 캠핑마니아가 됐다. 남편과 두 아이들을 데리고 매주 산으로 들로 캠핑을 떠났다.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계절의 변화들이 오감을 자극했다.

 

"저희는 매주 캠핑을 다니다보니까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을 빠짐없이 체험할 수 있어요. 복숭아꽃은 보기 힘들잖아요. 복숭아꽃 향이 진동하는 마을에서의 1박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캠핑은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엄마,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만 같아',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 등 아이들의 감성적인 표현에 깜짝 놀라곤 하는 것이다. 여러 가족들이 함께 캠핑을 다니다보니 아이들의 사회성도 자연히 길러진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소극적이던 아이들도 어느새 함께 동화돼 어울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누가 가르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캠핑이 주는 뜻하지 않은 좋은 점"이라고 뿌듯해했다.

 

캠핑에 빠진 이후로는 영하 20도를 밑도는 혹한의 날씨에서도 캠핑 짐을 꾸렸다. 아이들은 추위도 잊은 채 천연 눈썰매장에서 아빠와 함께 눈썰매를 즐기고, 얼음이 꽁꽁 언 계곡에서 얼음 썰매를 즐기기도 했다. 겨울철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살던 가족들은 오히려 혹한기 캠핑 이후 감기 한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면역력이 강해졌다.

 

"캠핑족들에게는 겨울이 비수기가 아니예요. 마니아들은 오히려 난로를 들고 다니며 캠핑을 떠나죠. 겨울 캠핑의 묘미를 알면 겨울이라고 집에만 있을 수 없어요."

 

캠핑이 좋은 것은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가 속한 캠핑 동호회에는 낚시를 하던 분도 계시고, 카누 동호회나 오토바이 동호회에서 오신 분도 계세요. 모두 혼자 해야 하는 건데 캠핑은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잖아요. 예전에는 가족에게 구박받으면서 취미활동 하러 나가셨던 분들이 이제는 다 접고 캠핑을 시작해 사랑받는 남편이 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캠핑 고수'의 반열에 오른 김 교수지만 그에게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캠핑을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이었다. 특히 요리를 전공한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집에서 10시간 이상 준비해갈 정도로 품이 많이 들었다. 함께 캠핑을 떠나는 친구는 캠핑 무리에서 한번이라도 빠지면 안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캠핑을 떠난다고 전했다. 장비도 이것저것 많이 구입해서 정작 필요 없는 장비들도 많아졌다. 결국엔 자주 쓰지 않는 장비들은 모두 중고장터에 팔았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한 그가 초보자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말은 캠핑의 부담을 과감히 버리라는 것이다.

 

"저는 무엇보다 요리에 대한 부담을 줄였죠. 예전에는 마트에서 모든 것을 사 갔는데, 이제는 재래시장을 꼭 들러요. 현지에서 공수한 신선한 재료의 맛을 살리는 게 최고의 요리죠. 또 나가서 먹으면 무엇이든지 다 맛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김 교수가 추천하는 캠핑장은 어디일까.

 

"강원도에 '솔밭 캠핑장'이라고 있어요. 소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즐기는 캠핑인데 마을에 딱 들어서자마자 진한 솔향이 가득 퍼져요. 그곳에서 먹고 자고 놀다보면 온 몸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