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안전' 국채금리 사상 최저점 경신…추가 하락도 가능
유럽 위기 불안감이 촉발시킨 안전자산 선호로 미국·영국·독일 국채 금리가 일제히 사상 최저점 부근으로 하락했다.
유로존 붕괴와 스페인 구제금융 가능성이 고조되며 투자자들이 투자수익 대신 현금비축을 원하며 유동성이 가장 높은 주요 국채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 독일, 영국 국채 금리 하락(국채 가격 상승)이 앞으로 더 가파른 내리막을 예고하는 불길한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통적 안전자산이었던 금도 달러 강세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 국채 매입이 달러 강세를 야기한 영향이다. 원자재 가격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가치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원자재 가격은 하락한다.
마이클 자프티에스 HSBC 금리 트레이딩 대표는 "시장이 낮은 수익률에 대해서는 거의 우려하지 않은 채 그저 안전자산 매입으로 현금을 비축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채 입찰 가격을 볼 때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0일 기록한 역대저점 1.61%에서 1.5%까지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 특히 유럽에서 미국으로 은행 문제가 전염될 경우 국채금리 급락이 가능하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유로존 발 위기가 전 세계 경제로 전염될 수 있다는 테일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안전자산이 많지 않은데 미 국채는 얼마 안 되는 자산 중 하나여서 금리는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금리 하락이 과도하다는 데 대한 베팅을 망설이고 있는 점은 공포가 얼마나 확산됐는지를 드러낸다.
소시에떼제너럴의 피젤리오 타타 투자전략가는 현재 트리플A 국채금리가 오랜 기간의 내림세나 폭락세를 의미하는 "떨어지는 칼날(falling knife) 같다"며 "유럽 위기가 해결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지금 헤지펀드나 중개 딜러 간에 다른 자산을 매입하고 채권을 매도할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
타타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향후 3달 간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존 위기와 더불어 연말 감세 혜택 종료에 따라 내년 세금이 인상과 재정지출 삭감이 겹치는 재정 벼랑(fiscal cliff), 중국 경기둔화 신호 등 안전자산 가격을 높일만한 요소들이 동시에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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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딜러들은 30일 미 국채 수요를 끌어올린 최대 원인을 유럽으로 지목했다.
릭 킹그먼 BNP파리바 이사는 "미 국채 금리가 독일 국채 금리와 함께 저점을 경신하고 있다"며 "미 경제에 대한 좋은 소식들이 없다면 미 국채 매도세가 발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대비 2년 저점으로까지 하락한 유로 급락세도 미 국채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
유로존 위기의 최종적인 해결책이 결국 인플레이션 상승이나 독일의 지원 확대를 촉발해 독일 국채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독일 국채 대비 미 국채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30일 수익률이 가장 크게 떨어진 국채가 30년만기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날 미 30년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대비 14bp 하락한 2.70%를 기록하며 지난해 10월 기록한 역대 저점 2.67%를 소폭 웃돌았다. 30년 물 역대 저점은 2008년 12월의 2.50%다.
리차드 질훌리 TD증권 투자전략가는 유로존 붕괴 위험이 고조되고 미국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다면 30년 물 금리가 역대 저점을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톰 투치 CIBC 월드마케츠 미 국채 트레이딩 대표는 이렇게 될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추가 양적완화나 긴급 채권매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