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평결, IT 생태계 혁신에 물음표 던지다

삼성-애플 평결, IT 생태계 혁신에 물음표 던지다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기자
2012.08.28 05:45

[IT 혁신을 촉진할지 저해할지, 세계적 논란]

“더 새롭고 더 뛰어난 제품을 창조하도록 하는 혁신의 계기가 될 것이다.”

“연결되고 열린 IT 생태계의 과도한 독점적 지대(rent)는 혁신을 가로 막는다.”

애플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삼성-애플간 특허소송 배심원 평결과 관련, 이번 평결이 IT 생태계의 혁신을 촉진할 것인지, 아니면 저해할 것인지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뜨겁다. 과연, 혁신을 촉진하는 특허와 이를 저해하는 특허의 경계는 어디일까?

평결직후 미국의 현지 언론들은 “위대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그 발명으로부터 엄청난 보상을 받을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분명한 선언”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평결이 곧 혁신의 진전이라는 의미이다.

MDB 캐피탈 그룹의 CEO 크리스 마렛은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에서 “이번 평결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새로운 발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자극했다”며 “이로 인한 혁신은 철저히 보호한다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디바이스에 ‘스마트’와 ‘유저익스프어리언스(UX)’라는 개념을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혁신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배심원 대표인 전직 엔지니어 벨빈 호건 역시 “어떤 기업도 다른 이들의 지적재산권을 도용할 수 있는 백지위임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 패러다임을 만든 혁신가들에게 그 공로가 보호돼야 하고, 이것만이 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혁신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혁신은 비단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과 제품 그 자체의 ‘아우라’(트레이드 드레스)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앞으로 혁신가들이 새로운 정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이다.

문제는 IT 생태계에서 혁신이라는 것은 그것이 소프트웨어이든, 디자인이든, 디바이스이든 상호 연결되고 물고 물리면서 진전된다는 사실.

와튼스쿨의 케빈 워바 교수는 “이번 평결은 인터넷경제의 혁신과 성장에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많은 소프트웨어가 무상으로 공유되는 경제에서 특허가 혁신의 도구가 아니라 경쟁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허를 통해 공급의 독점을 지나치게 보장한다면, 상호 밀접하게 연결될 수 밖에 없는 IT기술의 혁신적 진화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뉴욕타임스 역시 27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이번 평결이 혁신의 미래를 진흙탕으로 끌고 가고 있다”며 “많은 IT기업 관계자들이 앞으로의 혁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시애틀의 디자인회사의 임원인 빌 플로라를 인용, “이번 평결은 모바일기기 제조사들로 하여금 독창적 디자인에 집중하도록 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많은 개발자들에게 ‘지뢰밭’(minefield)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핀치 줌 기능(손가락으로 확대 혹은 축소하는 기능)은 워낙 흔해졌기 때문에 이를 피해서 디자인을 하라는 것은 사각형 혹은 삼각형 핸들을 가진 자동차를 만들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직 임원인 찰리 킨들 역시 “이번 평결이 삼성이 더 새로운 모바일기기를 만들어 내도록 자극하겠지만, 문제는 모바일기기내의 앱 등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들이 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고 소비자들 역시 더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도 논란이 뜨거운데,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지는 “이번 평결은 (삼성에 대한) 정당한 징벌”이라며 “제조사들이 고유한 아이디어로 혁신을 하도록 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독일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스티브 잡스는 세계적인 창조자이지만 파괴자일 수도 있다”며 “평결은 특허를 무기로 한 진흙탕 싸움식 소송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유저 인터페이스까지 상호 밀접하게 네트워크화돼서 진화하는 IT의 세계는 혁신에 따른 독점적 지대(rent)는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IT 생태계의 혁신을 촉진하는 특허와 이를 저해하는 특허의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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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률 기자

안녕하세요. 티타임즈 유병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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