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박인규 SK임업 대표 "10년후 1조 매출 기업으로"

센트럴파크가 뉴욕을 상징하는 공원이라면 서울에는 서울숲이 있다. 뚝섬을 재개발해 약 116㏊(35만평)에 달하는 공간에 다양한 테마를 가진 공원을 조성, 2005년 공식 개장한 서울숲은 연간 약 700만명의 시민이 찾는 대표적인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 녹지사업소장으로 서울숲의 화려한 변신을 위한 실무작업을 맡았던 이가 박인규 SK임업 대표이다. 서울숲 외에도 조순 전 시장의 여의도 공원 등 공원녹지확충 5개년 계획(1996), 고건 전 시장의 생명의나무 1000만그루 심기(1998), 북서울 꿈의숲 조성계획(2007) 등 서울시의 녹지와 나무 곳곳에 박대표의 손길이 닿아 있다.
박대표는 대학에서 임학을 전공하고 기술고시를 거쳐 20여년간 공공부문에서 조경과 녹화를 맡아왔다. 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그는 국내 유일의 복합 임업기업인 SK임업에서 민간 조림 조경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을 스스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SK임업은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조림사업으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했다.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는 창업이념이 말해주듯 한해 두해가 아닌 '백년대계'를 위해 만들어진 독특한 회사다.
전국에 여의도의 5배에 달하는 4100여㏊(약 1200만평)의 조림지를 보유하고 있다.설립당시 당시 최회장은 충북 영동, 충주 인등산과 천안 광덕산 등 산골 오지의 임야만 사들여 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심는게 비업무용 부동산을 사들여 땅장사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는 철칙때문이다. 현재 이들 임야에는 팔만대장경에도 쓰인 고급 수종인 자작나무를 비롯해 조림수 40여종과 조경수 80여종 등 380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40년 전 SK임업이 처음 설립되면서 심은 나무들이 아직까지 하나도 베어지지 않고 남아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산림녹화의 큰 뜻을 흔들림 없이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라 공직때의 초심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공직생활을 떠나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을 거라는 짐작에 대한 박대표의 답이다.

얼마전까지 SK건설의 자회사로 있던 SK임업은 지난 6월 지주회사인 SK에 인수됐다. '인재보국, 산림보국'의 기업문화를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고 사업전반에 확대 적용하기 위한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그룹 전체를 놓고 볼 때 환경친화적인 그룹 이미지를 극대화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동시에 조경 사업 등으로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룹의 친환경적인 이미지나 회사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하지만 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존립 조건일 수 밖에 없다.
박 대표는 "장기적이지만 지속가능한 생산이 가능한 것이 조림사업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나무를 심을 때는 한꺼번에 심지만 수확은 조림지를 60여개로 분할해 60년간 나눠서 벌채를 합니다. 벌채를 한 곳은 반드시 곧바로 재조림을 하기 때문에 수확이 지속되고 매년 새로운 수확 대상지와 재조림 대상지가 나오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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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SK임업이지만, 조림지의 첫 수확 시기는 여전히 앞으로도 20년 정도나 지난 2030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잘라 팔 수 있는 나무가 없는건 아니지만 수령이 오래될수록 나무의 값어치는 비약적으로 커집니다."SK임업의 주력 수종인 자작나무의 경우 40년 된 목재의 가격이 1입방제곱미터 당 6~7만원 정도라면 20년 후에는 50만원이상으로 비싸지고 목재 자체의 양도 훨씬 많아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가치는 10배가 훨씬 넘게 된다는 설명이다.
조림산업이 '미래의 수익'이라면 현재 SK임업 매출액의 80%이상은 조경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건설시장 불황으로 인해 조경시장 역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 SK임업은 전문 시공능력을 키우고, 유지관리 서비스 개발과 설계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SK임업은 신사업으로 탄소배출권 조림사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1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탄소배출권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신규조림 또는 재조림을 통해 심은 나무가 성장하면서 흡수하는 온실가스 절감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농림부 장관으로부터 국내사업 승인을 받았고 현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등록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UNFCC 등록이 완료되면 조림사업을 통해 국제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을 보유하는 국내 1호 기업이 됩니다."
조림사업의 성공여부에 따라 어느 정도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달라지겠지만 현재는 60년간 약 6만톤의 탄소배출권 확보를 예상하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니만큼 아직은 불확실성이 많지만 우선 이번 사업을 통해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탄소배출권을 등록하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고 앞으로 국내외로 사업대상지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신재생에너지사업 분야로의 진출도 활발하게 모색 중이다. 지난 2009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로 우드펠릿(목재 부산물 등으로 생산하는 청정연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펠릿산업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나 현실적인 신재생에너지 활용 측면에서 가장 실행가능성이 높은 에너지원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기관도 적극적인 홍보와 예산편성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기대됩니다."
SK임업은 전남 화순에 국내 최초로 우드펠릿 공장을 지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장기적으로 해외 진출을 통해 안정적인 연료 공급선을 확보하는 한편, 해외에서도 친환경 조림사업에 나설 계획이다.박 대표는 지난 6일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으로 농어촌공사에서 발주한 '캄보디아 산림황폐지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산림연구센터 상량식 참석차 다녀온 것. SK임업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과 씨엠립 지역에 150ha 규모의 시험림과 황폐지 복구조림을 조성할 예정이다.
전체 사업규모는 40억원 정도로 산림청녹색사업단(60%)과 SK임업(40%)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5년까지 산림연구센터건축, 양묘장조성, 황폐지복구조림, 숲가꾸기 시범사업, 연구기자재 지원 및 교육연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SK임업이 해외에서 벌이는 첫 조림사업으로서 공적원조개발(ODA) 사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산림녹화기술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의미가 큰 사업"이라고 박대표는 설명했다.
SK임업 대표에 오른 지 2년. 앞으로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임업 분야는 아직까지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임업이 '환경산업'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보여주고 싶습니다."
산은 단순히 나무나 땅값으로만 따질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품고 있다는게 박대표의 지론이다. "저희가 호두 테마파크 조성을 진행 중인 천안 광덕산뿐만 아니라 영동 시항산, 횡성 봉화산 같은 조림지만 가봐도 보석같이 아름다운 경치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단순히 나무를 키워 파는 것뿐만 아니라 '힐링'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휴양림 사업도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시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익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물었다. "올해는 SK임업 창립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숲과 관련된 영역을 하나 둘 개척해 나가다 보면 10년 후인 50주년 때는 1조 매출 달성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숲과 나무에 대한 애정이 가득 차 있는 미소로 답하는 그의 모습은 나무를 닮았다.
△1954년 서울 출생 △건국대 임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서울시립대 조경학 박사 △영국 셰필드대학교 조경학과 박사과정 수료 △기술고시 17회 △서울시 녹지사업소장 △서울시 공원조성과장 △SK임업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