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기존 순환출자는 유지"...금산분리는 다소 복잡한 셈법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지배구조 개선 관련 순환출자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기업들이 한시름 덜게 됐다.
박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 보다 순환출자나 금산분리에 관해 한결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다.
24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그대로 두되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국내외 경제 환경이 급박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자금과 시간을 뺏기기보다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 것이 국민들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순환출자는 재벌그룹이 계열사를 늘리고 총수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예컨대, 자본금 10억원의 A사가 B사에 5억원을 출자하고 B사가 다시 C사에 2억5000만원을 출자하면 A사는 B사와 C사를 동시에 지배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순환출자 형태의 국내 재벌그룹은 총 16곳으로 이를 모두 해소하는데 9조66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현대차(513,000원 ▼19,000 -3.57%)그룹과 삼성그룹은 이를 해소하는데 각각 6조원과 1조5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분석됐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서 현재까지 기존 순환출자 문제는 빠진 상태라는 점에서 '박근혜표 경제민주화'가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사안이었던 기존 순환출자 유지로 현대기아차의 주가 변동성은 축소될 것"으로 내봤다. 기존 순환출자 구조가 유지되면 현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앞서 현대차그룹의 주가는 정치권에서 순환출자 관련 법안이 발표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올 8월6일 새누리당이 순환출자 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에 현대모비스는 직후 이틀 동안 3.54% 상승한 바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현대모비스(422,500원 ▼20,000 -4.52%)가 있기 때문으로 향후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면 그 과정에서 모비스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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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 기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모비스 지분 6.96%를 갖고 있는 반면,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은 지분이 전혀 없다. 정 부회장은 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31.88%를 갖고 있다. 이 기간 글로비스 주가는 이틀 동안 4% 넘게 하락했다.
다만, 금산분리 강화는 다소 셈법이 복잡하다.
박 당선인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줄이고, 대기업 금융·보험 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상한을 현행 15%에서 향후 5년간 5%까지 줄일 방침이다. 금융계열사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 의무화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정대로 대우증권 연구원은 "금산분리와 관련한 박 당선자의 방안이 어떤 형태로든 입법이 되면, 이건희 회장 일가 →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현재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고 연구원은 "금산분리에서 현대차그룹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대주주 적격성 유지심사의 확대와 금융부실 재발대책 방지 차원에서 일부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LG(96,000원 ▼1,400 -1.44%)·GS(75,700원 ▼1,100 -1.43%)·CJ(218,000원 ▲3,000 +1.4%)·LS(398,500원 ▲24,500 +6.55%)의 주가는 순환출자나 계열사 간 보증이 없고 금산분리 요건까지 맞춘 지주회사들이라는 점에서 경제민주화의 영향을 덜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