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뚝산업 제조업계에서 연초부터 가격인상 바람이 거세다. 철강업체들은 올 초 열연 가격 할인 폭을 축소했다. 사실상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이달부터는 철근, 봉형강, 후판 등 철강재 가격도 오른다. 시멘트 업계도 최근 시멘트 값을 올려 받기로 결정했다. 인상 폭은 작년과 견줘 약 10% 수준이다.
철강·시멘트업계의 가격인상 카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철강업계는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극심한 수요 부진으로 철강 값은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원재료 값과 산업용 전기요금 등 원가상승 요인은 크다.
시멘트업계도 할 말이 많다. 원재료인 국제 유연탄 가격이 지난 2011년 하반기 정점을 찍은 후 하락폭이 크지 않아 원재료 가격부담이 크고 적자를 면키 어렵다는 게 시멘트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문제는 철강과 시멘트 값 상승이 산업계 전반에 미칠 여파다. 철강 값과 시멘트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 대표적인 수요업종인 건설업계는 큰 어려움에 처한다. 수출산업인 자동차, 조선, 가전 등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엔화 약세(엔저)로 가뜩이나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부담마저 커지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 가격 인상을 두고 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시멘트 값이 인상되면 '시멘트-건설-레미콘' 등 관련업계 3자간 극한 갈등이 또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은연 포스코 마케팅본부장(전무)은 지난 달 29일 작년 실적을 발표한 후 가진 CEO(최고경영자) 포럼에서 철강 값 인상 여부와 관련해 "자동차 조선, 가전은 현재 개별협상 중인데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지원하면서 포스코의 수익성도 개선하는 '윈윈' 협상안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인상이 수출기업이나 우리 경제에 미칠 전반적인 여파를 염두에 두고 신중히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업종과 개별기업을 불문하고 모두가 어려운 '비상상황'이다.
자신의 이익을 버리면서까지 상대방을 배려하는 기업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소모적인 갈등보다는 산업계 전반이 윈윈할 수 있는 배려가 절실할 때다. 황 본부장의 말처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제로섬 게임'이 돼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