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업, 키프로스 허브 막히며 상거래 중단

러시아 기업, 키프로스 허브 막히며 상거래 중단

권다희 기자
2013.03.20 09:04

키프로스를 통한 러시아 기업들의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상거래가 보류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이는 키프로스와 거래관계가 많은 러시아가 키프로스의 금융위기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키프로스는 러시아인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은행 예금을 예치하고 있지만 러시아 기업의 투자와 거래 거점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가 단행한 투자 중 1200억 달러가 키프로스를 통해 이뤄졌다. 자본이득이나 배당금 지급 등 키프로스의 세금정책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다.

로펌 스퀘어샌더스의 데이비드 와크 기업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키프로스를 통해 진행되던 수십억 달러 상당의 러시아 관련 거래 5개를 연기하게 됐다"며 "(키프로스가 맡았던 역할을 대신할 국가로) 룩셈부르크 등 다른 국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은행들은 이번 키프로스 사태에 따른 전염위험에 특별히 더 노출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가장 취약한 러시아 은행으로 2위 국영 은행인 VTB를 꼽는다. 러시아 주요 은행 중 유일하게 키프로스에서 인허된 자회사를 뒀기 때문이다. VTB의 키프로스 자회사 자산규모는 130억 달러로 VTB 전체 총 자산의 5%다.

모스크바 법인에 주재 중인 한 서구 은행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VTB를 한동안 우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VTB는 위험에 대한 우려감을 줄이기 위해 FT와의 인터뷰에서 제안된 예금과세안으로 입을 손실이 수천만~수억 유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VTB 관계자는 키프로스 자회사에 예치된 고객 예금이 20억 유로 미만이며 VTB 그룹 총 예금의 2% 미만이라고 밝혔다. VTB 그룹의 전체 순익에서도 3%만을 차지할 뿐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VTB는 예금과세안이 유럽과 전 세계 금융안정성을 위협한다"며 "VTB는 키프로스에서의 사업 전략을 다시 검토해야 하게 됐다"는 우려는 밝혔다.

와크 변호사는 "예금과세안이 철회된다고 해도 우리 고객들은 동요했고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라며 금융 서비스업의 천국이라는 키프로스의 평판이 이번 구제금융안에 포함된 예금과세안으로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발라티스의 팀 매카시 운용담당자도 "사태가 가라앉을 때까지 키프로스를 트레이딩 거점으로 이용하는 러시아 증권사들과는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맥카시는 러시아 기업들이 입을 손실이 다소 과도하게 추산됐다고 지적했다. 키프로스 은행이 문을 닫은 가운데 구체적인 수치 없이 막대한 액수가 그저 거론되고 있기만 하다는 설명이다.

블라디밀 사보브 오트크리티 뱅크 주식 리서치 대표도 "키프로스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을 배제할 순 없지만 피해 국면이 예금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은행 주가에도 키프로스 은행이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18일 러시아 증시에서 1위 은행 스베르방크가 4.5%, VTB는 6.5% 급락했다.

알렉세이 시마노브스키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19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개인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입긴 하겠지만 러시아 은행 시스템은 어떤 즉각적인 전염 위험에도 직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러시아 기업들의 키프로스 은행 예금을 190억 달러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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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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