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초기기업 펀드의 '파격'

[더벨]초기기업 펀드의 '파격'

권일운 기자
2013.03.26 10:15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3월25일(08:08)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초기기업 펀드는 리스크와 기대수익이 비례한다는 투자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상품이다. 투자한 기업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원금을 회수하고 1~2곳만 '대박' 나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통념이다. 나머지 투자 자산은 휴지조각이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초기기업 펀드는 계륵 같은 존재로 취급 받는다. 벤처캐피탈이 고위험 투자를 선호하는 금융회사라 하더라도 밑도 끝도 없는 리스크를 끌어안고 갈수는 없다. 특히 뼈아픈 기억일수록 더 오래 지속되는 특성상 초기기업 펀드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는 벤처캐피탈은 드물다.

'돈이 된다'는 확신만 있다면 초기기업 펀드를 피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초기기업 펀드로 큰 돈을 벌었다는 벤처캐피탈은 극히 드물다. 약정액의 1~2%남짓 되는 관리보수로는 심사역 월급 대기도 빠듯하다. 결국 성과보수가 관건인데 지급 기준인 내부수익률(IRR) 7~8%를 달성하려면 원금을 2배 가까이 불려야 한다.

결국 먹고살기 괜찮은 벤처캐피탈은 굳이 초기기업 펀드 때문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반면 자본금 까먹으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신생 벤처캐피탈은 초기 기업 펀드를 퀀텀점프의 디딤돌로 삼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초기기업 펀드라도 감사히 받겠다"는 벤처캐피탈이 늘어남과 동시에 모태펀드는 초기기업 펀드를 증액하고 있다. 올해 1차 출자사업에서는 초기기업 부문 예산만 1000억 원에 육박한다. 신생 벤처캐피탈을 배려하는 차원이라기 보다는 창업과 초기기업에 '꽂힌' 정부 시책에 따르기 위해서다.

모태펀드는 딜레마에 빠졌다. 신생사를 배려하려는 의도는 인정하지만 무분별한 퍼주기로 인식될까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모태펀드가 진정 바라는 바는 업력과 무관하게 정말 실력있는 벤처캐피탈이 초기기업 펀드를 운용해 수익도 내고 초기기업도 육성하는 것이다.

모태펀드는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초기기업 펀드의 성과보수 지급 기준수익률을 0%로 낮춘 것이다. 원금만 까먹지 않는 수준으로 펀드를 운용하면 나머지 수익은 최대한 벤처캐피탈 몫으로 돌리겠다는 방침이다. 새내기 벤처캐피탈뿐 아니라 실력있는 중견 벤처캐피탈도 초기기업 펀드에 관심을 갖도록 맛좋은 '당근'을 내놓은 셈이다.

창업초기 펀드가 늘어나면서 똘똘한 창업자들에게 돈보따리를 싸든 투자자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반면 힘의 균형이 뒤바뀌면서 속병 든 벤처캐피탈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불편한 진실'이다. 기준수익률 0%짜리 초기기업 펀드가 청산될 7년 뒤에는 투자자와 기업가 모두 웃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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