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강소기업 많아지려면

[기자수첩]강소기업 많아지려면

이현수 기자
2013.03.26 17:31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지식재산 정보 서비스 업체 '윕스'(WIPS).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연신 ""오아시스가 여기있었네"라고 되뇌였다. 20~30대 청년이 다수인 사무실, 대기업 못지않게 좋은 시설을 갖춘 중소기업에서 '창조경제'의 희망을 찾은 듯 했다.

윕스는 지난 1999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특허정보 서비스를 시작한 업체로, 특허나 상표, 디자인 정보 등을 대기업과 국·공립 연구소, 교육기관, 정부기관, 법률사무소에 서비스하고 있다. 12명으로 출발한 소기업은 지난해 403명까지 인원을 불렸다.

아쉬울 것 없어 보이는 강소기업인데도 청년 사원들은 장관에게 어려움을 토로했다. 회사 인지도가 낮고, 복지도 대기업에 비해 좋지 않다는 얘기였다. 여건상 채용박람회도 대기업처럼 열 수 없어, 좋은 인력을 데려오기가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윕스의 대표 역시 "좋은 인력이 들어와도 얼마간 머무르다 대기업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닌, 국내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들이었다.

윕스같은 지식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일반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인지도에 대한 고민은 차치하고 모기업에 납품가 후려치기를 당하거나, 납품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기업의 생사가 왔다갔다 한다. 낙찰 이후 계약과정에서 납품가를 줄여버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려 제품단가를 낮췄지만 모기업이 납품가를 낮춰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새 정부는 중소기업에 '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강조한 '고용률 70%'와 '창조경제'의 핵심이 중소기업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그럴듯한 구호에 비해 실질적 지원책이 얼마나 마련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납품가 후려치기' 문제는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했지만 말 그대로 '조사'가 전부이고, 이후 시정조치 등에 대한 계획은 없다.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은 그동안에도 있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있는 줄도 모르는 정책이 많고, 지원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 제때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게 현실이다.

독일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중소기업을 꼽고 있다. 종업원 수 500명, 매출 5000만 유로 미만의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를 넘는다. 세계 시장에서 1~3위를 점유하고 매출액이 40억 달러 이하인 '히든챔피언'도 1200개에 달한다. 이는 독일 정부가 창업활동 지원, 자금 확보,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돕고 있기 때문이다.

강소기업은 저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 구호도 중요하고 지원책을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손톱 밑 가시'가 무엇인지 찾아서 해결해주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윕스같은 강소기업이 오아시스가 아닌 흐르는 강물처럼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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