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옛 대우일렉 사무실인 동부대우전자를 들르면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진다. 뭔가 훨씬 더 분주하고 바쁜 움직임이 회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금껏 보기 힘들었던 야근도 잦아졌다. 이재형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 모두 저녁 늦게까지 '대우 살리기'에 골몰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표정은 오히려 더 밝아진 것 같다. 회사 엘리베이터나 1층 로비에서 오가는 동부대우전자 직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힘겨운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하고 '이제 좀 회사다운 회사에 다닌다'는 안도감도 엿보인다. 채권단 관리체제에선 어려웠던 마케팅이나 광고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대우일렉트로닉스 직원들이 회사 살리기를 위해 겪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눈물겹다. 1990년대만 해도 '탱크주의'를 앞세워 삼성전자 LG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대우전자는 그룹 해체 이후 냉장고와 세탁기, 전자레인지 같은 사업만 남기고 청소기나 에어컨 같은 나머지 사업부는 모두 팔아넘겼다.
희망의 등불이 돼줄 것 같던 인수소식은 모두 다섯 차례의 협상 결렬로 끝나면서 깊은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이 같은 과정에서 수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고, 수년간 임금까지 동결됐다. 그런데도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대우를 떠나지 않고 회사에 남은 임직원들은 대우일렉을 흑자 기업으로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다른 기업인들에게 대우일렉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정말 대단한 회사라는 극찬이 이어진다.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삼성 LG와 계속 맞붙으면서 살아남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사람들은 대우일렉의 이런 힘은 경쟁업체로 이직을 했다가 다시 돌아올 정도로 회사에 애착을 갖고 독하게 일한 직원들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새롭게 태어난 동부대우전자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물론 동부대우전자가 갈 길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채권단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혁신을 거듭해온 경쟁업체들에 뒤처져 있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13년이란 시간 동안 가시밭길을 헤쳐 온 사람들이 좀 더 나아진 환경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이라면 좀 더 믿음을 줘도 되지 않을까. 이들의 신제품을 서둘러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