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 나가 있는 한 대기업 임원에게 안부를 묻는 카톡을 보냈다. 지난달 말부터 벌어진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는 뉴스가 신문의 국제 면을 장식하고 있어 현지 주재원들이 걱정됐다.
몇 시간 후 답장이 왔다. "일부 지역은 격렬하게 시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한 주 동안 방문자 5 팀을 맞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남한을 외국에서 걱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경찰 1명을 포함해 사망자 5명이 발생할 정도면 여기서 보기엔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지난 2주 동안 터키 주식은 8.9% 하락했다.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지난 13일 1.41% 급락하는 등 하루하루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그런데 평온한 남한과 비슷하다니. 선뜻 납득이 안됐지만, 외부인들에게는 우리나라가 그렇게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새삼 실감했다.
정치 상황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주 남북당국자 회담 제안이 오갔을 때만 해도 주식시장에서는 남북 화해에 대한 기대로 장 내외에서 현대아산 등 현대그룹 주식과 개성공단 관련주 등이 급등했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외환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른바 '격(格) 논쟁'으로 당국자회담은 무산됐다. 역시나 정치가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을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것일까.
상황이 이러한데, 정치권이 너도나도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면서 하는 행태를 보고 있자면,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정치적 상황이 아니라 정치인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경제 정책의 정점에 있는 일자리 정책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다 실패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의 재탕이 아니냐며 시큰둥한 모습이다. 국회는 정년 연장을 합의해놓고, 청년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모순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책 제목으로까지 사용된 '경제는 정치다'라는 말을 너무 신봉하는 것이 아닐까. '정치'가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하는 행위'로 정의된다면, 경제까지 자신들이 하는 행위로 규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하지만 일자리는 만드는 것은 청와대나 국회가 아니라 기업이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 역시 관료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기업인이다.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 경제에도 이롭다는 단순한 명제를 왜 망각하는 것일까.
따라서 정치권이 '경제'를 위해 할 일도 기업 활동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치권이 일자리만 경제가 아니라, 안보도 경제고, 통일도 경제라는 생각을 가져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