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4천만원짜리 세미나와 창조경제

[우리가보는세상]4천만원짜리 세미나와 창조경제

성연광 기자
2013.06.10 05:08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XXX 컨퍼런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각종 협·단체들이 주최하는 창조경제 관련 컨퍼런스(세미나)가 줄잡아 30여건을 넘어섰다. 정부가 최근 창조경제의 미래 청사진과 정책과제를 집대성한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대규모 컨퍼런스는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른바 '창조경제 쓰나미'.

이는 새정부 정책기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명분도 있지만 자신들의 존재 가치와 일정 지분을 챙기겠다는 속내도 없지 않다.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 정책기조에 맞는 행사나 모임 결성이 최우선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취재과정에서 만난 협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새정부 초기 대부분의 정부 집행 예산이 정책 기조에 맞춘 기관과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분배돼왔다"며 "매년 진행해왔던 예정 세미나마저 '창조경제'란 주제를 굳이 붙일 수 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해외 롤모델 찾기 경쟁도 치열하다. '후츠파(Chutzpah) 정신'으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식 창조경제론이 벤치마킹 모델로 대두되자 암논 바 레브 체크포인트 사장과 이갈 에를리히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회장 등 이스라엘 기업인들이 줄줄이 국내에 초청됐다.

국내 정부인사나 민간기업 CEO들은 경쟁적으로 이들을 만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 이사장과 구글 래리 페이지 CEO에 이어 창조경제 주창자인 존 히킨스 영국 경영전략가까지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해외 유명 인사를 초청하는데 소요되는 최소비용은 대략 2000만~4000만원이라고 한다. 컨퍼런스나 연사초청에 국민 혈세를 포함해 적잖은 비용이 창조경제 홍보에 소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창조경제는 식상하고 개념 역시 여전히 모호하다는 평가다. 용어가 달라졌을 뿐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 노무현 정부의 '혁신경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등 역대 정권이 내세워왔던 경제 성장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혁신을 근간으로 국가 성장동력 발굴과 신규 일자리 창출이 창조경제의 궁극적 목표라는 점에서 과거 정부와 다를게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차별화를 할 수 있나. 디지털 경제시대에 SW(소프트웨어)가 핵심산업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강조점은 '최저가 입찰' 위주의 정부공공시장, 인건비 위주의 SW 노임대가, 개발자들에 대한 낮은 처우 등 해결과제들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야 인정받을 수 있다. 국경이 따로 없는 스마트 경쟁 환경에서 '셧다운제'같은 해외기업과의 역차별성 규제들 개선될 때 국내 인터넷산업 경쟁력을 위한 창조경제는 박수를 받을 수 있다.

이 정도면 '개념잡기'는 잘했다.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요란한 구호'보다는 '현장'에서 창조경제의 답을 찾고 풀어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현장에서 기대하는 창조경제는 정부의 근본적인 생태계 체질개선 의지, 그리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추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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