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대 땅 710억에 산 조합장, 경찰 '배임 혐의'→검찰 '무혐의'…법조계 "이해안돼"

검찰이 250억원 규모 배임 혐의를 받던 지역 농협 조합장을 충분한 설명 없이 무혐의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봐주기 수사' 논란이 제기된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상당한 증거를 수집해 배임에 무게를 뒀지만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8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배임 혐의로 A농협 조합장 이모씨(65)를 불구속 입건해 지난해 3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2013년 3월 SH공사가 410억원에 내놓은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 미래형업무용지 4520㎡(1367평) 필지를 710억원에 입찰해 낙찰받았다. 해당 필지는 이전 5개월 사이 입찰 참여자가 없어 2차례나 유찰됐다. 이씨는 3차 입찰 때 서울시의회 의원의 소개로 땅을 샀다.
경찰은 이씨가 적정가격(다른 입찰자가 써낸 가격 등을 감안해 추산)보다 최소 250억원을 더 써 그만큼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우선 이씨는 조합의 새 사옥을 지을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사면서도 적정가격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의 사전 심의조차 받지 않아 정관을 위반했다.
A농협 직원 5명에게 타당성 분석을 시킬 때도 가격 조사는 뺐다는 게 이씨 진술이다. 다만 직원 5명 중 3명은 분양가격과 비슷한 적정가격(415억원, 410억원 이상, 410억원)을 자발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씨는 3회에 걸친 내부 회의에서 분석 결과를 보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임원들에게 "지난(1, 2차) 입찰 때는 이번(3차)보다 분양 조건이 나빠 유찰됐다"는 식으로 허위 보고를 했다. 실제 분양 조건은 매번 같았다.
기본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 받지 못한 임원들은 이씨의 거래에 제동을 걸 수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수 임원들은 "가격 조사 내용이 보고됐다면 그렇게 높은 입찰 금액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씨가 불과 입찰 사흘 전 1차 회의를 하고 입찰 당일 2, 3차 회의를 몰아서 한 점 역시 의아스럽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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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업무용지 내 다른 필지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비싸다. A농협의 낙찰률(낙찰가/분양가)은 173%다. 40여개 필지의 평균 낙찰률은 106%, A농협이 산 땅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낙찰률을 기록한 필지도 134%에 불과하다. 같은 시점에서 이씨와 경쟁한 다른 입찰자들이 제시한 분양가 대비 입찰가 비율도 105%, 102%, 100% 정도다.

그러나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는 같은 해 12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불기소이유서에서 "경쟁 입찰자들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입찰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적정가격이 이씨의 입찰가격 이하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서 나왔던 여러 의문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경찰 의견서와 검찰 불기소이유서를 분석한 법조인들은 검찰의 처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검사 출신 B변호사는 "경찰 조사로 드러난 배임 정황이 뚜렷해 충분히 기소할 만한 사건"이라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에 논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지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은 "다 차치해도 불기소이유서가 부실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경찰의 주요 증거들에 대해 맞다, 틀리다는 판단이 다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검사장 출신 C변호사는 "이씨와 SH공사 사이에 연결고리가 안 밝혀져 기소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며 "고소인(A농협 감사 2명)이 항고를 해 재수사를 하도록 하거나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씨가 인맥을 이용해 수사무마 압력을 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씨는 수사 직전까지 송파경찰서 행정발전위원회 위원, 동부지검 범죄예방연합회 부위원장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성동구치소 교정위원회 위원이다.
송파경찰서와 동부지검 등 관계기관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기존 서류 내용 외에 더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당사자 이씨는 "내부 협의 절차를 거쳤고 경영상 판단에 따라 입찰금액을 정한 것"이라면서도 경찰이 문제 삼은 부분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비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