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행이 보장된 상장 대어에만 기관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금융투자 업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장 당일 앞다퉈 주식을 팔아치우는 '단타' 거래를 막자는 취지의 기관 투자자 의무보유 확약(락업) 확대 제도가 이달부터 시행돼서다. 흥행에 실패하면 자칫 돈이 묶일 수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기업 41개사 중 기관 락업 비중이 40%를 넘긴 곳은 7개사다. 아스테라시스(11,730원 ▼20 -0.17%)(64.8%), 원일티엔아이(18,490원 ▼420 -2.22%)(50.7%), 한텍(46,400원 ▼100 -0.22%)(49.5%), 서울보증보험(48,550원 ▼1,550 -3.09%)(48.7%), 뉴엔AI(14,400원 ▲50 +0.35%)(44.0%), 달바글로벌(234,500원 ▼6,500 -2.7%)(40.7%), 이뮨온시아(7,250원 ▲30 +0.42%)(40.3%) 등이다.
락업은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일정 기간(최소 15일 이상)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자마자 대량 매도에 나서는 이른바 '먹튀'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IPO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키로 했다. 비중은 올해 7~12월까지만 30%로 낮추고 내년부터는 40%를 적용한다.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기준에 미달하면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상한금액 30억원)를 취득하고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으로 단기 차익을 노린 청약이나 일부 상장사에 제기됐던 고평가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반대로 기관 수요가 상장 대어에만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한다. 보유 기간 동안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게 되면 손실을 감당하거나 돈이 묶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코스피에 상장한 씨케이솔루션(2,600원 ▲65 +2.56%)(CK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상장 당일 2만8000원까지 반짝 상승했다가 하락 전환했다. 지금은 1만2000원대로 공모가(1만5000원)를 밑돌고 있다.
주관업무를 하는 투자은행(IB) 산하 IPO 담당부서들은 변경된 제도에 따라 기관 확약 물량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공모 물량의 1%를 인수해 6개월 간 보유해야하는데, 이과정에서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역마진이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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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공모가가 300억원인 상장사의 기관 확약 물량이 부족하면 3억원어치 주식을 주관사가 떠안는다. 보통 주관업무 보수는 5~10억원이다. 비용 처리까지 하고 나면 마진이 남지 않는다.
IPO 담당자들의 더 큰 고민은 기업의 가치(밸류에이션) 책정이다. 밸류를 보수적으로 낮게 잡으면 흥행에 실패할 수 있고 물량까지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업 가치를 높이면 주관사로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초에 상황이 좋지 않은 업체에 대한 IPO 주관업무를 모두 꺼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시장 자체의 자정기능이 약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