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 72% 기록..."메모리 가격 상승,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메모리 산업이 구조적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 AI(인공지능) 진화로 수요가 급증하며 빅테크 고객사가 가격보다 물량 확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 장기 공급계약과 생산 확대가 맞물리며 과거와 달리 고수익 체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3일 열린 SK하이닉스 2026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기술은 학습 중심 단계를 넘어 실시간으로 사용자 요청을 처리하는 추론과 에이전트 AI 단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증가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 저장하기 위해 다양한 메모리 제품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AI 진화로 메모리 수요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D램 중심에서 낸드 플래시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실제 SK하이닉스의 1분기 낸드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은 70%대로, 60%대 중반을 기록한 D램을 웃돌았다.
D램과 낸드 전반의 가격 상승에 힘입어 분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더해지며 37조6103억원의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했다. 1만원어치를 팔면 7200원을 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이런 흐름은 1분기 5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양사는 HBM, 서버용 D램, 기업용 SSD 등 AI 인프라 핵심 제품 공급을 확대하며 실적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305조8504억원, 210조7169억원으로 총 516조5673억원에 이른다. 메모리가 단순 부품을 넘어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구조적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낸다. 차세대 HBM4E는 올해 하반기 샘플을 개발하고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낸드에서는 올해 말까지 국내 생산량의 50% 이상을 321단 제품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일부에서 제기됐던 메모리 효율화 기술 역시 오히려 시장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데이터 압축과 최적화는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동일 용량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게 만들어 AI 서비스 경제성을 높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독자들의 PICK!
김 CFO는 "메모리 효율화 기술은 단위 메모리당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와 사용자 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AI 서비스 경제성을 높여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메모리 수요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수급 구조도 과거와 달라졌다. AI 수요 급증으로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고객사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면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준덕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과거와 다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메모리 제조사가 단기간 내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HBM은 향후 3년 동안 고객이 요청하는 수요가 이미 공급 능력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과 3~5년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며 수요 가시성과 수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단과 하단 설정 △선급금 지급 △설비투자 분담 등의 조건이 계약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
박 담당은 "과거 LTA와 달리 다양한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LTA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수요 가시성과 수익 안정성을 기반으로 투자 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메모리 산업의 변동성을 줄이고 시장 평가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급증에 대응한 투자도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M15X 램프업과 용인 클러스터 구축, EUV(극자외선) 노광기 확보 등을 중심으로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 대비 크게 늘릴 계획이다. 김 CFO는 "내년 초 완공될 용인 P1(1공장)에 이어 P6까지 단계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정책도 병행한다. SK하이닉스는 배당과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추가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연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미국 증시에 ADR(주식예탁증서) 상장도 준비 중이다. 순현금 100조원 수준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목표로 투자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김 CFO는 "고객 수요가 공급 역량을 웃도는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AI 시대 구조적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능력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중장기 성장에 대비해 생산 기반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