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사장단이 나섰다 "노조를 한 가족이라 생각, 조건없이 대화"

삼전 사장단이 나섰다 "노조를 한 가족이라 생각, 조건없이 대화"

김남이 기자
2026.05.15 15:00

(종합)이례적인 대국민 사과...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정부와 노사 모두 부담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3일 경기도 용인시 디 유니버스 SE에서 열린 DS부문 '2026년 상생협력 DAY'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3일 경기도 용인시 디 유니버스 SE에서 열린 DS부문 '2026년 상생협력 DAY'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삼성전자 사장단이 총파업을 엿새 앞두고 이례적인 대국민 사과와 함께 노동조합에 조건 없는 대화를 요청했다. 직접 노조와 면담도 추진한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노사 갈등이 국가 경제 이슈로 번지자 경영진이 직접 나선 모습이다.

삼성전자(270,500원 ▼25,500 -8.61%) 사장단은 15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노조를 한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조건없이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며 "노조도 국민들의 우려와 국가 경제를 생각해 조속히 대화에 나서줄 것을 거듭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사장단은 노조를 직접 만나기 위해 경기 평택사업장으로 향했다.

입장문에는 전영현 부회장과 DX(디바이스경험)부문 대표이사인 노태문 사장을 비롯해 총 18명의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 사장단 명의의 공동 입장문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노사 갈등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장단은 "반도체는 다른 산업과 달리 24시간 쉼 없이 공정이 돌아가야하는 장치 산업이므로 결코 파업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뢰 자산을 완전히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지금은 매순간 마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무한경쟁의 시대"라고 전제한 뒤 "회사 내부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면서 "사장단은 현재의 경제상황과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보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대국민 사과도 했다. 사장단은 "성취가 커질수록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가 더 엄격하고 더 커지는데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면서 "저희 노사 문제로 국민들과 정부에 큰 부담과 심려를 끼쳐드렸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사측은 이날 오전에도 노조에 공문을 보내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협상 타결을 바라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의 바람에 부응,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며 "열린 자세로 협의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투명화 등에 대한 입장도 재차 설명했다. 사측은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는 재원을 영업이익 10%와 EVA(경제적부가가치) 20% 중 선택하는 투명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화·상한 폐지 요구와 관련해서는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상한이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해 보다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까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등 핵심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요구한 바 있다.

노조 "파업 이후에 협의 가능"..중노위에도 불신 나타내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김종택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김종택

하지만 노조는 총파업 이후에야 협의가 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사측 공문에 대해 "우리에게 보낸 공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며 "6월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잘 이행할 생각"이라며 파업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다만 전 부회장 등이 직접 면담을 추진하는 만큼 향후 만남에서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중노위의 사후조정 과정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노사와 중노위는 지난 11일부터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13일 오전 3시쯤 노조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중노위는 지난 14일 삼성전자 노사에 오는 16일 다시 사후조정을 열자고 요청했다. 중노위는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노사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실질적인 교섭의 자리로 2차 사후조정회의 요청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정 과정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 위원장은 "(사후조정 당시) 중노위 조사관은 문을 막고 나가는 걸 막았다"며 "조정위원은 저희가 조정안을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니 소리 지르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노위는 중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당시 녹취록 일부도 공개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 높아져..정부와 기업 상당한 부담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도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도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일부에서는 강제조정 절차인 긴급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긴급조정이 시행되면 노조는 쟁의를 중단해야 하고 30일 동안 쟁의를 재개할 수 없다.

파업이 엿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사도 생산 차질에 대비한 비상 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생산량 등을 조정하는 '웜다운(Warm-down)' 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파업 장기화 시 손실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노사 간 대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전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노사 양측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공언했다.

다만 긴급조정권이 실제 발동될 경우 정부와 기업 모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은 2005년 대한항공(26,050원 ▼1,250 -4.58%) 조종사 파업 이후 21년간 없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사장단이 대국민 사과까지 내놓은 배경에도 이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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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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