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아니면 못써" 개발자 커뮤니티 난리났다…'통제 대상' 된 AI

"미국인 아니면 못써" 개발자 커뮤니티 난리났다…'통제 대상' 된 AI

박건희 기자, 김평화 기자
2026.06.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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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수출 통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에어포스 원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에어포스 원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세계 최고 성능 AI라는데, 미국인 아니면 쓸 자격도 안 되네요."

"다시 풀린다는 얘기 있나요? 급한데."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 최신 AI 모델 '페이블5'와 '미토스5'의 미국 외 접근 금지령을 내린 13일부터 국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개발자 커뮤니티가 뜨겁다. 각종 벤치마킹에서 세계 최고 성능을 기록하며 등장한 페이블5와 미토스5의 국내 사용이 기약 없이 막힌 상태여서다.

앤트로픽은 앞서 9일(현지시간) 최신 AI 모델 페이블5와 미토스5를 공개했다. 기존 '오푸스'(Opus) 라인과 '미토스 파장'을 일으킨 사이버 보안 특화 AI 모델 '미토스 프리뷰'를 뛰어넘는 고성능 모델이다. 타사 경쟁 모델인 오픈AI의 GPT5.5, 구글 제미나이 3.1프로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벤치마크 점수를 기록했다.

미토스5·페이블5 벤치마크 평가 결과 /그래픽=이지혜
미토스5·페이블5 벤치마크 평가 결과 /그래픽=이지혜

미토스5는 해킹 방어 측면에서 현존하는 AI 모델 중 최고 성능으로 불린다. 특히 사이버 보안 영역의 벤치마크 점수는 78%다. 자사 전작인 미토스 프리뷰(69.0%), 오푸스 4.8(40.0%)는 물론 GPT 5.5(34.0%) 수준을 크게 뛰어넘었다. 해킹 취약점을 찾아내고 공격하는 데 가장 특출한 모델인 것이다.

공격 역량을 가진 기관·개인이 악용할 경우 실제 침투 시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미토스5에는 일반 공개 모델 수준의 안전장치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악용 소지가 있더라도 필터링 없이 작업을 수행한다. 미국 정부가 문제 삼은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미토스5와 함께 차단된 페이블5는 미토스5의 성능에 안전장치를 걸고, 일반 기업과 개발자 등을 위해 개방한 AI 모델이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페이블5의 에이전틱 기반 코딩 성능은 난도가 가장 높은 벤치마크인 '프론티어코드'(FrontierCode)에서 29.3%를 기록했다. GPT5.5(5.7%)보다 약 5배, 전작 오푸스4.8(13.4%)보다 약 2배 높은 점수다. 구독료가 업계 최고가로 책정됐음에도 개발자들이 앞다퉈 구매한 이유다.

'글래스윙' 불똥 튈라… 정부 "앤트로픽 본사와 지속 소통"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4월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아흐메드 빈 모하메드 알-사예드 카타르 통상담당 국무장관을 만나 인공지능 분야 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4월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아흐메드 빈 모하메드 알-사예드 카타르 통상담당 국무장관을 만나 인공지능 분야 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앤트로픽은 미토스5를 앤트로픽 보안 협의체 '글래스윙 프로젝트'에 가입된 기관·기업에만 제한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도 KISA(한국인터넷진흥원)를 필두로 국내 기업과 함께 글래스윙에 참여할 계획이다.

다만 페이블5의 국내 사용이 13일을 기점으로 막힌 상태다. 글래스윙 프로젝트 참여를 앞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앤트로픽 간 양해각서(MOU) 체결 등 공식 협력도 예정돼 있지만,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풀리지 않는 한 협력 범위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내 앤트로픽은 물론 미국 앤트로픽 본사와와도 지속해서 소통 중"이라고 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이탈리아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즉시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오픈 생태계 무너지고 '안보 물자' 되나 …'자국 이익'따라 통제되는 AI 기술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AI 허브 비전 선포식에서 글로벌 AI 허브 공동성명 선언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AI 허브 비전 선포식에서 글로벌 AI 허브 공동성명 선언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수출 통제는 AI가 '국가전략물자'로 자리잡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AI 생태계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국적 기업과 학계가 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개발하고 운영하며 발전했다. 앞으로는 초고성능 AI와 같은 첨단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통제하고 독점하는, 이른바 '기술안보주의'의 시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엽 KAIST(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연구부총장)는 "AI가 필요에 따라 국가전략물자처럼 자국의 이익에 따라 통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시 주지하게 된 계기"라며 "외부 의존 없이 운영 가능한 AI 역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등 AI 주도국에서 통제해도 국방, 의료, 연구, 행정에 필요한 모델은 끊임없이 돌아가도록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기술 통제 속에서 한국이 특히 위험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한우 영남대 디지털융합비즈니스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내 AI 서비스 상당수가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메타 등 해외 기업의 모델 위에서 작동한다"며 "한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해외 파운데이션 모델 의존성 문제"라고 짚었다. 한국은 과기정통부 주관으로 국내 공공기관 및 산업 전반에 투입할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이다. LG(118,400원 ▲11,900 +11.17%) AI연구원, SK텔레콤(105,400원 ▲2,400 +2.33%),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4곳이 참여중이다.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한 '모두의 AI'는 연말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박 교수는 "모든 국가가 미국 수준의 초거대 파운데이션 모델을 독자 개발해야 하는 건 어렵다"며 "국가 차원의 데이터 자산 확보, 공공 AI 인프라 구축, 오픈소스 모델 활용, 특정 산업에 특화된 도메인 모델 개발 등이 더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AI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블록화 국면도 예견됐다. 의료 AI 전문가 김남국 울산의대 교수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AI 접속이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라며 "현재 미국 AI 사업을 이끄는 핵심 인재 중 상당수가 외국계, 특히 중국계라는 점과 미국의 기술 통제에서 소외된 국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연대를 맺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버린 AI 개발 전략은 너무 원천기술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며 "성능 좋은 AI를 응용 기술 관점에서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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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희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박건희 기자입니다.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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