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여당이 낙태 합법화를 추진하려 하자,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관직을 걸고 '낙태약'(임신중지 약물)을 국내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의사들은 위험성을 우려하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일 홍순철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도입하려는 낙태약은 그간 산모 여러 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는 매우 위험한 약"이라며 "낙태약을 먹으면 사람이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자궁에서 피가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런 과다 출혈로 인해 실제로 사망한 사례도 적잖다. 과다 출혈을 막기 위해 자궁을 적출한 사례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낙태약의 부작용은 과다 출혈, 자궁 외 임신 파열, 자궁 파열, 감염, 패혈증 등으로 이로 인한 사망 사례가 잇따른다.
대표적인 낙태약인 '미프진'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허가되지 않았지만, WHO(세계보건기구)가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했고, 100여개국에서 사용된다. 이 약의 주성분인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작용을 차단하고, 또 다른 주성분인 미소프로스톨은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임신을 중단시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는 데다,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
이에 장지영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이용한 낙태약의 안전성 근거로 사용되는 통계들 상당수가 구조적 불완전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출산 통계는 국가 차원에서 비교적 체계적으로 집계되지만, 낙태 관련 합병증 데이터는 누락과 과소 보고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의 우려에도 불구, '미프진'이 한 알에 50만원까지도 국내 암거래 시장을 통해 거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품 여부도 확인하기 어려워 추가 부작용 위험도 뒤따른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낙태를 전면 허용하려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낙태약 도입을) 정부는 모른 척하고 방치하는 상태냐"며 "숙고를 몇 년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박주민 의원은 낙태 허용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낙태를 인공임신중지로 바꾸고, 임신 주수와 무관하게 낙태를 허용했다. 낙태 수술뿐 아니라 약물 복용으로 인한 낙태를 합법화하고, 건강보험도 적용하는 내용이 이들 법안에 담겼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국내에서 암암리에 낙태약 복용으로 임신중절을 시도한 사람의 71%가량은 수술을 추가로 받아야 했다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실태 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 자체가 '약물 낙태'의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낙태약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성의 건강권을 논하는데, 오히려 낙태약을 변비약 먹듯 쉽게 여겨 남용했다가 여성의 건강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해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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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여성 건강을 오히려 위협하는 인공임신중절의 건보 적용은 적절하지 않다"며 "낙태를 양성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오히려 폭발적 낙태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낙태는 임신 14주까지만 허용된다. 임신 중기인 15∼24주엔 성범죄로 인한 임신, 임신부의 건강 위험 등 특정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가 가능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임신 10주가 지난 시점의 낙태는 임신부에게도 매우 위험하다며 권고하지 않는다. 홍 교수는 "최근 34주차에 낙태를 시도한 의사에게 적용된 죄명도 '낙태죄'가 아닌 '영아살해죄'였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선 낙태를 제한한 기존의 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의 모자보건법 제2조 제7호에선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한해 낙태를 허용했다. 하지만 발의된 개정안엔 낙태 허용 시기가 사라져 사실상 '만삭 낙태'도 가능케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태아는 6주만 돼도 심장이 뛰고, 10주엔 팔다리가 다 있고, 12주가 되면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운동도 하고 소화도 시킨다"며 "이런 태아에 대해 국가가 살인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