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인데 경주행 기차표 매진..."중국어 안내판 바꿨다" 상인들 웃음[르포]

평일인데 경주행 기차표 매진..."중국어 안내판 바꿨다" 상인들 웃음[르포]

경주=오진영 기자
2026.07.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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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북 경주 '황리단길'를 찾은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쇼핑을 하는 모습. / 사진 = 오진영 기자
7일 경북 경주 '황리단길'를 찾은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쇼핑을 하는 모습. / 사진 = 오진영 기자

"올해 들어 미국이나 유럽 관광객이 3-4배는 늘었어요. 중국·일본 손님보다 많을 때도 있습니다."(경북 경주 황리단길 경주빵 가게 점주 A씨)

지난 7일 찾은 경주 곳곳에는 한 손에 캐리어, 다른 손에 경주빵·금관 키링 등 기념품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서양권에서 온 흰 피부와 푸른 눈의 손님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핫플' 황리단길에는 수십명의 20대 외국인들이 무리를 지어 쇼핑을 즐겼다. 최고 기온 34도, 습도 78%의 '사우나 날씨'를 보인 평일이었지만 어디서나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문화의 도시' 경주가 밀려드는 외국인 관광객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중국·일본 등 인접국 외에도 북미와 유럽의 손님까지 늘어나며 관광 소비와 관광 명소 방문객이 모두 증가했다. 수도권과 대도시가 아닌 지역 소도시를 관광 거점으로 키울 기회라는 기대가 나온다.

머니투데이가 황리단길, 보문관광단지, 중앙시장, 첨성대 등 경주의 주요 관광 거점에서 가게 점주, 안내사, 박물관 직원, 버스·택시 운전사 등 30명의 관광업 종사자를 만나 최근 관광객 현황에 대해 물었더니 "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응답도 14명(47%)이었다. 중앙시장의 한 경주빵 가게 B 업주는 "문 연 지 10년 만에 올해가 외국인이 제일 많다"고 말했다.

7일 경북 경주 '동궁과 월지'를 찾은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7일 경북 경주 '동궁과 월지'를 찾은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먼 곳에서 온 손님이 많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보문관광단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55)는 "몇 달간 중국인보다 서양 분들이 많았다"며 "입구의 중국어 안내판도 떼고 영어로 써 붙였다"고 말했다. 경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올해는 유럽과 미국, 동남아의 손님이 고르게 증가 중"이라며 "이 추세라면 올해 매출의 70% 이상이 중국·일본 외 국가에서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인천·김포공항(서울)이나 김해공항(부산)을 통해 경주를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기차표 예매도 어려워졌다. 실제로 8일 오전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경주를 잇는 10편의 KTX 좌석이 대부분 매진됐으며 일부 열차편은 우등편까지 전부 팔렸다.

/그래픽 = 김다나 디자인기자
/그래픽 = 김다나 디자인기자

수치로도 드러난다. 경주시가 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57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만여명)보다 18.3% 증가했다. 1~2월이 경주 여행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를 방문하려는 국제 수요가 늘어났다"고 했다.

인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서구 손님의 증가세가 반갑다. 이들은 체류일이 길고 인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 규모가 커 수익성이 높다. 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세계적인 K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전통문화를 소비하려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며 "과거에는 내국인 관람객 증가세가 뚜렷했다면 최근에는 외국인 관람객 증가폭이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관광업계는 일본처럼 지역 소도시 관광객이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간 4000만명의 외국인을 유치하는 일본은 교토·도쿄 외에도 지역 소도시에 수백만명이 방문하기 때문에 전체 시장의 덩치가 불어날 수 있었다. 관광 플랫폼 관계자는 "일본은 10만~20만명이 사는 소도시까지 인구의 몇 배가 넘는 손님이 방문한다"며 "일본 관광시장과 어깨를 견주기 위해서는 지역 도시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주간 첨성대와 인근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 = 뉴스1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주간 첨성대와 인근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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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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