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u클린] 2-① 재판 적용 기준 일관성 부족
제작 의도, 사실 왜곡 정도, 피해 발생 가능성 등이 기준돼야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와 윈터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판매한 A씨가 최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허위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유통한 혐의다. 법원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7년간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생성형 AI로 여교사들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한 10대에게도 최근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피해 교사들을 왜곡된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대상으로 희롱·비하했고, SNS 계정을 삭제했더라도 피해 회복이 어렵다며 장기 1년 6개월∼단기 1년의 징역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은 대폭 강화됐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같은 유형의 사건도 법원 판단이 엇갈리면서 여전히 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다.
20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원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는 1807명으로 전년보다 128% 증가했다. 상담과 삭제 지원은 1만8523건으로 3배 이상 늘었으며, 피해자의 92%가 10~20대 여성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연예인을 넘어 학교와 직장 등 일상에서도 피해가 잇따른다.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공개된 사진 한 장만으로도 실제와 유사한 허위영상물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영향이다. 한 번 유포된 영상은 텔레그램이나 해외 플랫폼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유포돼 피해가 장기간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는 처벌 수위를 크게 높였다. 2024년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은 유포 목적이 없더라도 성적 허위영상물을 제작·편집·합성·가공한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소지·구입·저장·시청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처벌이 더욱 무겁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며, 소지·구입·저장·시청만으로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대상이다. 양형기준 역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허위영상물 범죄보다 훨씬 엄격하게 적용된다.
문제는 처벌 규정이 강화됐음에도 실제 재판에서는 적용 기준이 여전히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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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조영진 부장판사)는 미성년 여자 연예인의 얼굴을 다른 여성의 나체와 합성한 이미지를 구매한 2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한 영상이 아니라 합성 이미지에 불과하고 완성도도 낮아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형 사례도 있다. 지인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한 사건에서는 "합성사진임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잡하다"는 점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
공통점은 현행법에 없는 '정교함'이 사실상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법에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요건이 없지만, 합성물의 완성도나 현실성이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에 영향을 미친 사례들이 연이어 나온다.
처벌 범위는 크게 넓어졌지만 실제 재판에서의 적용 기준은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AI 기반 성범죄의 법적 공백 진단과 새로운 규율 원칙의 탐색'에서 현행법에 없는 '정교함'이 재판 과정에서 사실상 고려되고 있으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등 추상적인 구성요건 역시 판사마다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생성형 AI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도 판례를 통해 점차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며 "화질이나 정교함만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기보다 제작 의도와 사실 왜곡 정도, 피해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