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비용을 제3자에게 대납시킨 혐의를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유죄가 선고된 것은 법원이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은 사건 관계자들 사이 주장이 판이하게 갈리는 이 사건에서 여론조사 실시를 전후해 벌어진 각종 정황들이 명씨 진술과 일부 부합한다고 결론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22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면서 "명씨가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술한 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본인 형사 재판의 유불리에 따라 사실과 다르게 진술할 수 있다는 점을 보면 진술을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객관적 정황에 부합하는 진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휴대폰 메신저 대화와 계좌 거래 내역, 여론조사 진행 과정 등 객관적 자료와 명씨의 진술이 부합하는 부분이 있고 그와 관련한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오 시장이 먼저 명씨에게 연락해 선거전략과 여론조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당시 당내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에게 앞서는 조사 결과를 기대하면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판단했다. 또 명씨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 마쳐진 뒤 사업가 김한정씨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도 인정했다.
오 시장은 재판 과정에서 사업가 김씨가 자신의 요청없이 자발적으로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비용이나 개인적 친분에 따른 비용을 지급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조사 결과가 나오자 명씨 측에 항의한 점, 공표 시점을 늦춰 부정적 영향을 줄이려 한 정황 등을 고려해 오 시장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명씨와 사업가 김씨가 2021년 2월21일 처음 만난 것으로 보이는데 친분 관계에 따라 1000만원을 같은해 2월1일에 지급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명씨의 진술에 기반해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에 대한 법원 판단은 재판부에 따라 갈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명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는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오는 24일 대법원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김 여사 사건을 심리한 1·2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것을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같은 혐의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이를 정치자금으로 인정하고, 윤 전 대통령과 명씨 사이 여론조사 무상 제공과 관련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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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오 시장 사건이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 최종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쟁점이 달라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에서는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지만 오 시장은 여론조사 의뢰 및 비용 대납 지시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