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로 규제산업 뚫는 이곳…"'모두의 법률 도우미' 만들 것"

리걸테크로 규제산업 뚫는 이곳…"'모두의 법률 도우미' 만들 것"

최우영 기자
2026.10.22 09: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스타트UP스토리]김주수 멘타트 대표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주수 멘타트 대표는 "소송 접근성을 높여 전체 송무시장을 늘리고 사회적 효용 자체를 높일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김주수 멘타트 대표는 "소송 접근성을 높여 전체 송무시장을 늘리고 사회적 효용 자체를 높일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법·금융 분야에서 AI(인공지능)의 '그럴듯한 오답'은 사고로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AI가 지어낸 판례를 법원에 냈다가 제재를 받은 변호사들이 잇따랐다. 조항 하나, 정의 규정 하나를 놓치면 결론이 뒤집히는 영역이다. 범용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이런 규제 산업에 곧바로 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멘타트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금융 AI 기업 어니스트AI 창업멤버 출신인 김주수 대표는 "범용 AI가 모르는 도메인 지식, 즉 '무엇(What)'과 전문가가 일하는 방식인 '어떻게(How)'를 AI에 공급하는 회사"라며 "오류가 허용되지 않는 규제 산업을 위한 '엑스퍼트(전문가) AI'를 만든다"고 말했다.

1000만건 자료를 'AI가 읽는 데이터'로

멘타트 기업 개요/그래픽=김지영
멘타트 기업 개요/그래픽=김지영

멘타트 기술의 출발점은 데이터다. 로펌과 금융사에는 PDF와 한글 파일, 엑셀, 음성 파일까지 형식이 제각각인 문서가 쌓여 있다. 사람은 읽어도 AI는 제대로 읽지 못한다. 멘타트는 이를 규제 산업에 특화된 자체 변환기로 'AI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꾼다. 여기에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 미리 유형별로 분석해 만든 검색 알고리즘을 얹었다. 김 대표는 "AI는 입력 데이터가 나쁘면 답도 나쁠 수밖에 없다"며 "데이터를 잘 만드는 것과 그걸 잘 꺼내 쓰는 것, 두 가지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법령 지식 그래프 '코덱스'도 핵심 기술이다. 법률은 시행령, 시행규칙, 감독규정, 별표로 위임과 위임이 꼬리를 문다. 범용 AI는 법률이나 시행령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고, 법 앞머리의 정의 규정을 건너뛰어 자의적으로 해석할 때도 있다. 코덱스는 이 연결고리를 끊김 없이 이어 한꺼번에 찾아낸다. 답변에는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을 붙여 '팩트체크'의 편의성까지 높였다.

지난달에는 변호사용 서면 작성 서비스 '멘타트AI'를 정식 출시했다. 사건 자료를 올리고 전략 방향을 입력하면 소장·답변서·준비서면 초안을 쓴다. 김 대표는 "서면작성 퀄리티가 범용 AI와 국내 리걸테크를 통틀어 가장 우수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태평양 선례 검색 몇 시간→1분…보험·증권까지 PoC

지난달 3일 서울 관악구 디노랩 테크센터에서 열린 ‘디노랩 테크 1기’ 발대식에서 김주수 멘타트 대표(왼쪽 네번째)와 옥일진 우리금융그룹 디지털혁신부문장(왼쪽 다섯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지주
지난달 3일 서울 관악구 디노랩 테크센터에서 열린 ‘디노랩 테크 1기’ 발대식에서 김주수 멘타트 대표(왼쪽 네번째)와 옥일진 우리금융그룹 디지털혁신부문장(왼쪽 다섯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지주

첫 대형 고객은 법무법인 태평양이었다. 태평양이 가진 1000만건에 육박하는 자료를 전부 AI용 데이터로 바꾸고, 과거 유사 사건을 찾아주는 선례 검색 에이전트를 만들었다. 다른 업체들이 사람이 자료를 일일이 분류하는 방식을 제안할 때 멘타트는 AI로 자동 분류하는 방식을 내놨다. 김 대표는 "파트너 변호사가 예전 비슷한 사건을 찾아보라고 하면 어소시에이트(저연차 변호사)들이 이메일을 뒤지고 선배에게 묻느라 몇 시간씩 걸리던 일"이라며 "이제는 1분 안에 원하는 자료가 다 나온다"고 말했다.

고객군은 금융권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올해 우리금융의 기술 과제를 해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디노랩 테크 1기'에 선정돼 세법정보 기반 맞춤형 절세가이드(AI자산케어)를 만들고 있다. 연금저축·IRP·ISA 등 세제 혜택 상품의 절세 전략을 시뮬레이션하는 에이전트다. 대형 손해보험사와는 약관과 내부 지침, 판례와 분쟁조정 결정례를 하나의 지식 그래프로 엮어 민원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에이전트를 시험하고 있다. 저축은행·캐피탈과는 광고 심의 같은 준법 업무를 묶어 자동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업 원년인 올해 매출은 이미 20억원을 넘겼고 30억원 안팎으로 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멘타트AI는 출시 한 달 만에 변호사 300명이 가입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5000명을 모으는 게 목표다.

"모두의 법률 '멘타트' 되겠다"

김주수 멘타트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김주수 멘타트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김 대표는 "각 분야를 아우르는 '법률 OS(운영체제)'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송무 변호사의 소송을 돕듯이 각 산업의 법률·준법 업무를 통째로 맡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에서는 업권 하나를 골라 컴플라이언스 전체를 맡는 게 목표다. 가장 유력한 분야는 보험이다. 김 대표는 "보험은 지급 여부에 따라 수천만원이 갈려 태생적으로 분쟁 소지가 많고, 그만큼 뒷단의 준법 업무가 무겁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형사처벌 위험을 안고 사는 건설, 의료 분야 파트너사들과도 적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코덱스는 과거 법령부터 입법예고된 법안까지 다 담아 법이 확정되기 전부터 방향을 읽어야 하는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수요를 겨냥한다. 박사급 연구자가 이끄는 전담 조직이 코덱스만 따로 고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모두 공개된 법령 원문이더라도 개정 전후를 시계열로 비교하고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건 상당한 기술이 드는 일"이라고 전했다.

변호사가 없는 곳으로도 문을 연다. 서면 작성 기능을 떼어낸 법률 리서치 서비스를 사내 변호사가 없는 기업이나 언론사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멘타트는 SF소셜 '듄'에서 컴퓨터 같은 연산 능력을 갖춘 인간을 가리킨다. 김 대표는 "내 일을 가장 잘 이해하고 대충 말해도 정확하게 일을 해내는 영혼의 파트너, 진정한 '멘타트' 같은 에이전트를 만들고 싶다"며 "비용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던 사람들도 법률 접근성을 높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