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만으론 답 없다…데이터센터 해법 찾는 텍사스 주민들[르포]

찬반만으론 답 없다…데이터센터 해법 찾는 텍사스 주민들[르포]

하스켈(미국)=권다희 기자
2026.10.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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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에너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1>AIDC·에너지 격전지 텍사스서 보다④찬반 이분법 너머 대안 찾는 지역사회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천문학적인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수자원 고갈을 야기하며 전 세계적인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AI 경쟁력 확보와 탄소중립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AI 인프라의 글로벌 최전선인 미국과 핀란드, 싱가포르에서 빅테크와 에너지 기업, 정책 당국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AI 혁신과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공존하기 위한 해법을 총 5편에 걸쳐 모색해봤다.

3일 하스켈 시민회관에서 열린 구글의 어린이·청소년 대상 과학기술 체험 행사장. 이날 최소 75명 이상의 인근 주민들이 행사장을 찾았다/사진=권다희 기자
3일 하스켈 시민회관에서 열린 구글의 어린이·청소년 대상 과학기술 체험 행사장. 이날 최소 75명 이상의 인근 주민들이 행사장을 찾았다/사진=권다희 기자

인구 약 3100명의 미국 텍사스주 하스켈시. 하스켈카운티의 중심지인 이곳의 시청 인근에는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고 낡은 점포들이 모습을 바꿨다. '잠든 듯한 마을'이라 불렸을 정도로 조용했던 농촌 마을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늘면서다.

조용했던 농촌마을, 태양광·풍력·데이터센터로 북적

지난 2일(현지시간) 만난 로라 바워스 하스켈개발공사(DCOH) 사무국장은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당과 음식 공급업체, 울타리 시공업체, 경비업체, 숙박업체 등이 혜택을 봤다"며 "지난 2년 정도 동안 많은 업체가 시의 점포 개선 지원정책을 이용했다"고 소개했다.

시청 인근에 약 1년 반 전 문을 연 '카마초 앤드 찰리스' 식당도 그중 하나다. 이날 오전 식당에서 만난 주인 조 레이 카마초씨(54세·사진)은 "손님이 늘었고, 그 덕분에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저에게는 데이터센터가 이곳에 오는게 도움이 되고, 제가 고용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직원 20명 정도를 예상했지만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10~15명을 더 채용해 현재 직원은 30명이 넘는다.

하스켈 카운티 청사와 시청 인근 지역 풍경/사진=권다희 기자
하스켈 카운티 청사와 시청 인근 지역 풍경/사진=권다희 기자

마을의 변화가 데이터센터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바워스 사무국장에 따르면 하스켈에 첫 대규모 태양광 사업이 들어온 것은 약 10년 전이다. 풍력·태양광 사업이 이어지면서 건설 인력이 들어왔다가 공사가 끝나면 떠나는 흐름이 반복됐다. 그는 "많은 건설 노동자가 들어오는 시기가 있고, 그 사람들이 떠나면 한산해지는 시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구글 데이터센터 건설이 더해지면서 변화의 규모와 속도가 커졌다. 크리스티나 이스벨 하스켈 시장이 구글과 직접 만나 사업 계획을 들은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같은 날 하스켈 시청에서 만난 이스벨 시장은 "조용했던 이 지역에서 이제는 신호등 앞에서 차가 밀리고 가게에도 줄을 선다"고 말했다.

이 지역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예상 보다 많은 직원을 고용하게 됐다는 식장 주인 조 레이 카마초씨/사진=권다희 기자
이 지역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예상 보다 많은 직원을 고용하게 됐다는 식장 주인 조 레이 카마초씨/사진=권다희 기자

작은 마을에 온 큰 사업…물·교통·주거비 우려도

변화가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늘어나는 사람과 차량을 감당하는 일은 작은 마을에 만만치 않은 과제다. 주민들이 꼽는 주요 걱정은 물 부족과 교통, 주거비 상승이다.

평소에도 가뭄을 겪는 주민들에게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은 큰 걱정거리다. 이날 지역 주민센터에서 만난 카렌 울프씨는 "원래 가뭄이 있는 지역이고 추가 수요가 생기기 전에도 물이 부족할 때가 많았다"며 "물이 가장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1974년부터 하스켈에 살아온 그는 "작은 마을 규모에 맞춰 운영되도록 설게 돼 있는데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며 농촌 도로를 끊임없이 오가는 대형 트럭과 과속 문제도 지적했다.

주택 부족도 현실적인 부담이다. 공사 인력을 수용할 집이 부족한 탓에 기존 주택의 임대료가 뛰었다. 캠핑카로 만든 임시 주거지도 마을 곳곳에 생겼다. 같은 주민센터에서 만난 제니스 브라우닝씨는 "임대료가 너무 올라 세입자들이 어떻게 주거 비용을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2일 하스켈의 노인복지시설인 ECC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 맨 오른쪽 루비 터너씨는 "데이터센터를 찬성한다"고 했다. 이 곳에서 만난 다른 주민들 중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2일 하스켈의 노인복지시설인 ECC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 맨 오른쪽 루비 터너씨는 "데이터센터를 찬성한다"고 했다. 이 곳에서 만난 다른 주민들 중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사진=권다희 기자

사람이 오고, 기회가 생기다

그럼에도 취재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먹거리가 가져올 미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더 우세했다. 당장의 건설 특수를 넘어 새로운 산업이 자리 잡고, 젊은 세대가 떠나던 지역에 사람과 가족이 들어와 학교와 상권을 지탱해주길 기대했다.

1958년부터 하스켈에 거주해 온 루비 터너씨는 "마을에 많은 사람이 들어왔다"며 "저는 기대되고 발전에 찬성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데이터센터가 오면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다"며 "사람이 더 많이 오고 사업체가 늘고 사람들이 여기서 돈을 쓰게 되는 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3일 구글이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마련한 어린이·청소년 대상 과학기술 체험 행사장에 자녀 셋과 방문한 케이시 묄러 하스켈 소방서장도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스켈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이곳은 늘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였는데 그 기반이 쇠퇴하면서 지역사회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기업과 산업을 유치하는 것이 늘 목표였다"고 전제한 뒤 "데이터센터가 사람들과 아이들을 불러오면서 제가 사는 동네만 해도 아이들이 훨씬 많아졌다"며 "세수가 늘었고, 예전에는 없었던 성장의 기회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3일 하스켈 시민회관에서 열린 구글의 어린이·청소년 대상 과학기술 체험 행사장. 이날 최소 75명 이상의 인근 주민들이 행사장을 찾았다/사진=권다희 기자
3일 하스켈 시민회관에서 열린 구글의 어린이·청소년 대상 과학기술 체험 행사장. 이날 최소 75명 이상의 인근 주민들이 행사장을 찾았다/사진=권다희 기자

지역사회·사업자간 소통이 관건

그러나 대규모 사업 유치가 가져온 장밋빛 기회가 저절로 지역의 혜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급격한 변화에 따른 진통을 줄이고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자와 주민 사이를 잇는 '끊임없는 소통'이었다.

이스벨 시장은 지난해부터 구글과 수시로 지역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원하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들의 요청을 사업자 측에 알리는 양방향 소통 창구를 맡고 있다. 교통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텍사스 교통국과 구글, 카운티, 시가 함께 회의하며 대책을 찾고 있다.

그 바탕에는 새로운 투자를 지역이 다시 살아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다. 이스벨 시장은 "작은 마을들이 쇠퇴하면서 학교와 주유소, 식당, 가게가 문을 닫고 사람도 줄어들었다"며 "워낙 농촌 지역이고 기회가 없으니, 어떻게 최선의 결과를 얻어 우리에게 도움이 되게 할지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1년 여간 사업자와 지역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그가 강조한 것은 해법을 찾기 위한 대화였다. 이스벨 시장은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는 일이라면 노력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의견이 달라도 대화해야 한다는 것, 공존하기 위해 이야기하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 했다.

※본 기획 취재는 한국기자협회와 기후미디어허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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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1부 권다희입니다. 산업과 지역의 녹색전환, 재생에너지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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