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슬기 바로팜 대표 "약사·의사·소비자 아우르는 'AX 헬스케어 플랫폼'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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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은 유독 DX(디지털 전환)가 늦은 곳이었다. 약사들은 다수의 도매업체 사이트마다 따로 로그인해 같은 약을 검색하고 재고와 가격을 비교하고 주문하는 게 일상이었다. 약국을 운영하던 김슬기 바로팜 대표는 이런 업무에 지친 가운데 '오픈뱅킹 앱처럼 여러 금융 계좌를 한곳에서 관리하듯 약국 주문도 한곳에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게 약국 통합 플랫폼 '바로팜'이다. 약국과 의약품 도매상을 잇는 기업간 거래(B2B) 플랫폼으로 2021년 출시됐다. 평균 30분 이상 걸리던 주문을 검색 한번으로 끝낼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외부 제품 유통과 자체 브랜드까지 사업을 쌓아 올렸다. 다음달 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 이른바 '테슬라 요건'으로 코스닥에 입성할 예정이다.
약사의 '필수 사이트' 5년 누적 거래액 '7.2조'

바로팜에 가입한 약국은 2만4787곳으로 전국 약국의 90%가량이다. 처음부터 주문 기능만으로 이만큼 모은 건 아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시기 품절제품 입고알림 서비스로 히트를 쳤다"고 했다. 예전엔 약이 떨어지면 도매상 영업사원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지만 바로팜은 이를 플랫폼 기능으로 넣었다. 여기에 약사 커뮤니티까지 붙이며 지금의 회원 규모를 만들었다.
매달 바로팜을 쓰는 약국은 1만6000곳이 넘고, 이 가운데 70%가량이 매일 들어온다. 일일 평균 체류시간은 18분이 넘는다. 김 대표는 "약사들은 출근하면 조제하랴 환자 응대하랴 정신이 없는데 그 와중에 하루 20분 가까이 머문다는 건 바로팜이 약국 업무의 필수 사이트가 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약사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준 바로팜이지만 별도의 과금이 없다. 김 대표는 "약사들이 비용 부담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약사 대상 플랫폼 서비스는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며 "약사 트래픽을 기반으로 입점업체·공급사와의 협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손쉬운 접근성과 무료 서비스라는 점이 경쟁업체에 진입장벽이 된다. 견고한 트래픽 위에서 5년간 오간 의약품 거래액은 7조2000억원에 이른다.
플랫폼 위에 쌓은 파트너십과 브랜드

오픈뱅킹을 보며 바로팜의 초기 모델을 만든 김슬기 대표는 이윽고 커머스 플랫폼까지 벤치마킹했다. 김 대표는 "여러 커머스 플랫폼이 중개를 넘어 직매입으로 영역을 넓혔듯 바로팜도 직접 사입해 약국 유통까지 주도하는 모델로 가야 시장을 이끌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렇게 2024년부터 시작한 게 BMS(바로팜 마케팅 서비스)다. 바로팜이 브랜드사 제품을 직접 사들여 플랫폼 노출과 영업, 물류까지 맡아 약국에 판다. 2023년 116억원이던 매출은 BMS에 힘입어 지난해 967억원으로 뛰었다. 파트너십은 최근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과 3년 단위 장기계약을 맺으며 전환기를 맞았다. 대형 브랜드가 들어오면 플랫폼을 찾는 약국이 늘고, 약국이 늘면 다른 브랜드가 따라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가 탄력을 받는다.
바로팜은 건강기능식품 '아워팜', 화장품 '레비클'에 이어 지난해 인수한 CHD제약을 통해 일반의약품까지 내며 자체 브랜드도 키우고 있다. 김 대표는 "약국 주문 데이터와 파트너십으로 파악한 현장 수요를 반영해 제품을 내기 때문에 일반 브랜드보다 실패 확률이 낮다"며 "커머스 플랫폼들이 입점 브랜드를 함께 키우고 자체 브랜드로 수익성을 높여 성장했듯이 바로팜도 플랫폼에서 파트너십, 자사 브랜드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밝혔다.
플랫폼을 넘어서는 체질 개선에 힘입어 바로팜은 올해 상반기 매출 690억원, 영업이익 22억원으로 처음 흑자를 냈다. 김 대표는 "플랫폼은 구축이 완료돼 고정비가 더 늘지 않고, 파트너십도 인력과 물류 세팅이 필요한 단계를 지났다"며 "매출총이익은 계속 늘어나는데 비용은 이미 선반영됐다"고 말했다. 올해 연간 목표는 매출 1746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이다. 2028년에는 영업이익 302억원을 노리고 있다.
인바운드 외국인 공략 이어 일본·미국 시장 겨냥

바로팜이 약국마다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키는 '파마시 뷰티존(Pharmacy Beauty Zone)'은 K뷰티 전용 매대다. 한국에 들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올리브영과 다이소에 이어 약국에 방문하는 데 주목해 기획했다. 현재 200곳 넘는 약국에 설치한 '파마시 뷰티존'은 조만간 1000곳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의약품에 비해 마진율이 높은 뷰티 제품을 약국 '핵심 매대'에 두니 약사들의 호응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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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는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나간다. 이달 중순 일본 드럭스토어 체인 아인즈앤툴페(ainz&tulpe) 신주쿠 매장에 레비클을 입점시켰고 올해 80곳으로 늘린다. 일본 최대 드록스토어 체인인 마쓰모토키요시 매장도 250곳 넘게 입점이 확정됐으며 향후 50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레비클의 브랜드 파워 이면에 있는 'K약국 플랫폼'으로서의 바로팜의 위치를 인정 받은 덕분이다.
아마존을 통한 북미 공략도 시동을 건다. 오는 12월부터 제품 판매를 시작하고, 뒤이어 'K파마시관'을 열어 바로팜 브랜드와 입점사 제품 중 약국에서 잘 팔리는 의약품 및 K뷰티 제품들을 함께 소개한다.
"상장은 과정일 뿐" 공모자금은 '공장·AI'에
최근 위축된 공모주 시장 분위기에도 불구, 바로팜은 다음달 중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김 대표는 "언제나 바로팜의 가장 큰 목표는 영업이익을 많이 내고 더 성장하는 회사가 되는 것일 뿐, 상장은 거쳐가는 과정"이라며 "투자 회수만을 바라보고 상장한다면 시점을 늦췄겠지만 우리는 모든 과정을 정석대로 밟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장기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더 늘려가려면 코스닥 상장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정받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소비자 대상 서비스와 자체 브랜드 제품이 늘어나는 만큼 상장사라는 타이틀이 고객의 신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로팜의 희망 공모가는 1만6400~2만200원, 예상 시가총액은 1959억~2413억원이다. 김 대표는 "상장 이후 투자자들이 바로팜의 성장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시장 친화적으로 공모가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바로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마지막 투자를 받을 당시 기업가치(포스트머니)는 약 1800억원이었다. 이번 희망 공모가의 하단과 큰 차이가 없는 정도다.
바로팜은 이번 공모로 292억~360억원을 조달한다. 이중 140억원을 생산시설에 쓴다. 자체 생산 확대로 브랜드 원가율을 2028년까지 40%대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나머지는 AI(인공지능)와 브랜드 해외 진출에 투입한다. 처방전 기반 주문 자동화 기능에 더해 약사 전용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
바로팜은 약사를 넘어 의사와 소비자로 고객을 넓히고 있다. 소비자용 '어라운드팜'을 2년 전에, 병의원용 '바로MD'를 최근 열었다. 김 대표는 "3년 뒤 바로팜은 약사와 의사, 일반 소비자까지 아우르는 AX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성장해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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