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13개 제조사 중 4곳 규제 미달…최종 평가 앞두고 전기차 판매 확대 과제

유럽연합(EU)의 강화된 신차 탄소배출 규제가 적용 2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규제 대응 성적표가 갈렸다. 기아(106,500원 ▲1,400 +1.33%)는 탄소 배출량이 규제 목표치를 밑돌며 목표 달성권에 진입했지만, 현대차(290,500원 ▲2,500 +0.87%)는 목표치를 초과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배출 실적을 바탕으로 추산한 현대차의 잠재 벌금 부담이 6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지난 23일 발표한 '2026년 9월 유럽 자동차 시장 모니터'에서 기아는 2025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신차의 평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2025~2027년 규제 목표보다 1㎞당 5g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현대차는 같은 기간 목표치를 웃돌았다.
기아의 규제 대응 성적은 개선되고 있다. 지난 8월까지 누적 기준 목표치보다 4g 낮았던 배출량은 9월 집계에서 5g 낮은 수준으로 개선됐다. 기아의 지난달 유럽 순수 전기차(BEV) 신규 등록 비중은 44%로 유럽 전체 평균인 31%를 크게 웃돌았다. 전기차 판매 확대가 신차 전체의 평균 탄소 배출량을 낮추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차는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있지만 누적 배출량이 규제 목표를 넘어선 상황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ICCT의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실적을 토대로 현대차의 잠재 탄소배출 규제 벌금이 약 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방식으로 산출한 폭스바겐의 잠재 벌금은 6조2000억원, 스텔란티스는 2조4000억원에 달했다. ICCT가 집계한 주요 13개 제조사 및 제조사 풀 가운데 현재까지 탄소배출 규제 목표에 미달한 곳은 현대차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등 4곳이다.
이는 현재까지의 신차 판매량과 규제 초과 배출량에 법정 벌금 단가를 적용한 단순 추정치다. 실제 부과가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 EU는 완성차 업체가 배출 목표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 1g/km당 신규 등록 차량 한 대에 95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신차 탄소배출 규제 준수 여부를 매년 평가하는 대신 2025~2027년 3년 평균으로 평가하도록 제도를 개정했다. 규제 적용 시점과 최종 평가 시점 사이에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올해까지 목표를 초과했더라도 2027년 전기차 판매를 늘려 3년 평균을 맞추면 벌금을 피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같은 그룹 소속이지만 별도 제조사로 분류돼 배출 실적을 각각 산정한다.
양사의 유럽 판매 흐름에서도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9월 현대차의 유럽 판매량은 3만982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7.5% 감소했다. 반면 기아는 5만6437대로 13.7% 증가했다.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도 현대차는 13.2% 줄어든 반면 기아는 6.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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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순수 전기차 판매에서 격차가 컸다. 지난 9월 기아의 유럽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증가율은 2%에 그쳤다. 기아가 EV2·EV3·EV4·EV5 등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며 판매를 늘린 것과 달리 현대차는 기존 주력 모델의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최종 평가까지 1년 남짓한 시간이 남아 있어 실제 벌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현대차의 신차 투입과 판매 전략이 향후 규제 대응 성적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