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터치'한 여자 호랑이 본 적 있나요?

'볼터치'한 여자 호랑이 본 적 있나요?

이언주 기자
2012.04.17 09:06

[인터뷰]'모용수 개인전'··· 청담동 백운갤러리서 오는 22일까지

↑'사랑합니다' 80.3x116.7cm, 캔버스에 유채, 2012
↑'사랑합니다' 80.3x116.7cm, 캔버스에 유채, 2012

"얼굴에 살짝 볼터치 한 게 여자 호랑이고요, 이건 인사동에 피었던 꽃, 뒤쪽 풍경은 통영 앞바다, 이 길은 제가 어릴 적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 하던 길이에요"(웃음)

그림을 설명하는 화가의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에 정감이 넘친다. 동화처럼 펼쳐진 그림 탓일까,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화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 '사랑합니다' 80.3x116.7cm, 캔버스에 유채, 2012
↑ '사랑합니다' 80.3x116.7cm, 캔버스에 유채, 2012

'호랑이 작가'로 잘 알려진 모용수 작가(45·사진)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청담동 백운갤러리에서 만났다. 올해로 서른 번째 개인전을 연 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개구쟁이 같고 귀여운 호랑이가 등장하는 유화 작품 40여점을 선보였다.

모든 그림의 제목은 '사랑합니다'로 통일했다. '사랑'을 주제로 갖가지 꽃과 나무, 달, 바다, 그리고 호랑이가 함께 등장한다. 주제에 적합하게도 한 쌍을 이루고 있는 자그마한 호랑이들의 어눌한 모습이 사랑스럽고 다정하기 그지없다. 작품을 보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그림들은 보는 이에게 갑갑한 일상에서 숨 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만 같다. 동양화를 전공했기 때문인지, 작가의 성품이 묻어나선지 여유로움과 함께 청명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원색에 가까운 채색으로 색감의 대비가 살아나 산뜻하고 선명한 느낌이 더해졌다.

일상과 자연에서 소재를 찾는다는 모 작가는 "많은 작가들이 그렇듯 특히 어릴 적 추억에서 작품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고, 어릴 적 거닐던 시골길이 캔버스를 가로지르기도 한다.

↑ 화가 모용수는 "그림 속의 자연과 함께 다정한 호랑이들 처럼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기쁨이 넘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언주 기자
↑ 화가 모용수는 "그림 속의 자연과 함께 다정한 호랑이들 처럼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기쁨이 넘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언주 기자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에는 통영의 바다와 활짝 핀 동백을 담은 그림이 여러 점 있다. 제주도 갔을 때 스케치 한 풍경, 인사동을 거닐며 만났던 봉숭아, 밤하늘의 달빛 등 그가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모든 것이 동화 속 그림처럼 펼쳐진다.

모 작가의 독특한 점은 캔버스의 앞면이 아닌 뒷면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 캔버스의 앞쪽은 흰색에 가깝고 부드러운 반면, 뒤쪽은 옅은 갈색으로 흙색에 가깝고 상대적으로 거친 느낌이다. 이것은 자연을 소재로 하는 그림의 바탕색으로 잘 어울리기도 하고 석화작업을 하기에도 더 수월하기 때문에 작가는 4~5년 전부터 캔버스의 뒷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서울에 연고지가 없었다. 13년 전 상경해 정을 붙이고 줄곧 살다시피 한 곳이 종로구 인사동이란다. 어쩌면 그에게는 제 2의 고향 같은 곳. 지금도 한결같이 드나들며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고, 그림의 소재도 만난다.

"제가 바로 '인사동에 어제 그놈'이에요. 정말 많이 돌아다니거든요. 그림 재료 다음으로 많이 사는 게 뭔지 아세요? 제 신발이에요."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과 사랑을 찾는 모 작가의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푸근함과 동심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22일까지. (02)3018-2355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