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만 7곡··· 하룻저녁 펼쳐진 '두번의 독주회'

앙코르만 7곡··· 하룻저녁 펼쳐진 '두번의 독주회'

이언주 기자
2013.03.11 19:00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첫 독주회'··· 손뼉치고 발 구르며 2300여 관객과 한바탕 축제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손열음 리사이틀' (사진제공=크레디아)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손열음 리사이틀' (사진제공=크레디아)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100인조 이상의 오케스트라를 가득 품곤 했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는 이날 그랜드 피아노 한 대만이 놓였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공연장의 무대와 객석은 꽉 차고 넘쳤다.

숨죽임과 환호가 반복되며 식을 줄 모르는 열기로 가득했던 현장은 바로 지난 7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첫 독주회장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이미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그의 첫 단독무대라니, 음악계 인사뿐만 아니라 클래식 애호가와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객석은 만석을 이뤘다.

이날 관객들은 마치 한자리에서 두 번의 독주회를 즐긴 듯 했다. 본 연주가 끝나고 이례적인 앙코르 퍼레이드가 이어진 것. 손열음은 다소 생소하고도 충격적인 현대 곡을 비롯해 모두 7곡의 다양한 곡으로 객석의 귀를 즐겁게 했다.

그가 고른 앙코르의 첫 곡은 윌리엄 볼컴의 <에덴의 정원> 중 '뱀의 키스'였다. 낯선 엇박자가 교차하더니 그는 페달을 밟던 왼발로 무대 바닥을 쿵쿵 친다. 객석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한 번 더 보여주겠다는 듯 그는 건반이 아닌 피아노의 몸체를 두드린다. 연주를 하다말고 휘파람을 불고, 손뼉을 치더니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화려하고도 능수능란한 퍼포먼스를 자연스럽게 펼쳐 보이며 공연장을 신선한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 웃음까지 터졌고 축제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독주회에서 앙코르 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크레디아)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독주회에서 앙코르 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이어서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프란츠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쇼팽 <연주회용 연습곡 23번 '겨울바람'>, 차이콥스키 <파인버그 교향곡 6번 '비창' 중 3악장>, 파질 세이가 재즈 풍으로 편곡한 모차르트 <터키 행진곡>을 연주했다. 수차례 커튼콜 끝에는 객석의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슈베르트의 <자장가>로 마무리하는 위트를 뽐내기도 했다.

이날의 본 프로그램 1부는 쇼팽의 발라드와 마주르카, 왈츠, 스케르초를 시작으로 샤를발랑탱 알캉의 <12개의 단조 연습곡> 중 '이솝의 향연'으로 구성했다. 2부에서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8번>, 카푸스틴의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작품번호 40번>을 연주했다.

사실 쇼팽을 연주하는 초반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건반을 잘못 짚기도 하고 기대가 컸던 관객들에게 의아함을 주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솝의 향연'을 연주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듯 했다. 안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터치로 공연장의 열기를 슬슬 고조시켰다. 쉽지 않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8번>와 카푸스틴의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을 연주할 때는 '역시 그렇지!'라는 찬사가 나오게끔 했다.

피아노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한 몸이 되어 온 공연장을 들었다놨다하는 듯 했고, 자신의 기량과 숨은 끼마저 한껏 발휘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마저 시원하게 뚫어주는 듯 했다. 과감한 선곡과 새로운 시도, 객석과 함께 즐길 줄 아는 손열음의 퍼포먼스는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보다 훨씬 더 큰 공연장에 서더라도 피아노와 둘이 있다면 거인처럼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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