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29만원? 그 정도는 나도 있다고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29만원? 그 정도는 나도 있다고

오인태 시인
2013.05.29 07:00

<5>주먹김밥과 '어느 날 샹송에서 안개를 만나다'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페이스북 친구 한 분과 통화를 하면서 “그동안 눈길도 돌리지 않고 살았던 곳”을 다녀오는 길이라며 “갔다 오길 잘한 것 같다”기에 “참 잘했다”고 맞장구를 쳤더랬지요. 그러면서 사람이 나이가 들게 되면 불화했던 대상 하나하나와 화해하게 되는 것 같다고, 결국은 모든 세계와 선선히 화해하고서야 세계의 한 부분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거 아니겠느냐고, 그래서 죽음과도 선뜻 악수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느냐고 사뭇 시적으로 얘기했더니, 제 말에도 선뜻 동의해주더군요.

그러나 역사적 화해는 혼자, 그것도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수가 가해자와 피해자로 상관되어 있는 데다 단지 과거에 그치지 않고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상규명, 사죄와 용서, 화해의 과정을 밟아야 마땅한 거지요. 그래야 매듭이 제대로 지어져 함께 치유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인데, 오히려 가해자 쪽에서 이미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조차 부정하며 진실을 왜곡하려든다면?

그래요, 이참에 확실히 매듭짓고 넘어가자고요. 오월도 얼마 남지 않은 이때, 주먹밥을 매만지며 공동체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보는 건데요.

진주 인사동 골동품 거리에서 소반을 하나 샀지요. 나주반이라는군요. 천판이 네모진 나주반은 개다리 형태가 드문데, 이 소반은 특이하게도 개다리를 하고 있어서 결국 질러버린 건데요. 손본 데 없이 잘 보존된 물건이라 가격이 만만찮지만, 뭐 ‘29만원’ 정도는 한낱 가난한 서생인 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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