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열무비빔밥과 '문어호박국'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대줏밥'으로 상징되는 아버지의 권위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더라도, 그리고 어머니의 자애롭고 사려 깊은 자식사랑에 감읍한다 하더라도 실은 아버지의 그 권위와 어머니의 자식사랑에는 한국사회 가부장제의 부조리와 모순이 고스란히 내재된 것이었습니다. 대줏밥의 분배에도 누나들은 제외되기 마련이었고, 밥상에도 차별과 편애가 작용했으니까요. 위로 누나가 넷 있었고, 아버지 마흔에 낳은 제 밑에 세 살 적은 아우가 있는데요, 집안의 모든 기대와 관심이 장손인 제게 집중되어 있었거든요. 울먹이며 전화했던 그 아우 말입니다. 사실 제겐 ‘고호의 테오’ 같은 동생인데요.
문어호박국에 열무비빔밥을 차렸습니다. 오늘 밥상엔 제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올렸지만……, 아, 그러고 보니 그동안 한 번도 제 아우에게 이런 밥상을 차려준 적이 없네요. 어머니, 아버지 생전에도 마찬가지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