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비빔라면과 문어숙회, '잠자리의 눈'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일터 나가거나 학교 가서 공부하고 저녁에 귀가해서 저녁밥 먹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 읽고 잠자리에 드는, 이것이 누구나의 일상이겠지요. 이런 일상을 함께하는 공동체 단위가 가족이고요. 그러나 아무래도 낮 동안은 전업주부나 어린애를 제외한 가족 모두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가족이래야 기껏 저녁밥상에서나 서로 얼굴을 마주볼 수 있을 텐데요. 평화란 다름 아닌 가족단위든 개인이든 이 ‘일상성’이 평온하게 유지되는 상태가 아닐는지요. 전쟁에 대한 두려움도 바로 일상성이 파괴되는 데 대한 두려움일 테고요.
문제는 지금이 전시가 아닌데도 가족들과 최소한 저녁밥을 같이 먹는 정도의 일상성조차 유지되지 않는다는 거지요. 정치란 게 무언가요. 무엇보다 국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매일의 일상을 편안하고 안정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인데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매일의 일상을 불편하게 하니 말입니다.
혼자라도 이렇게 어김없이 밥상을 차리는 것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일상을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겠지만, 오늘따라 수저가 참 무겁군요. 일상의 무게가 갈수록 녹록치 않다는……. 느낌 아시지요?
손끝하나 움직이기 싫어서 라면을 끓이다가 여기서 퍼지면 심신이 국수가닥처럼 불어터질 것 같아 라면을 얼른 건져 찬물에 씻어서 열무 좀 넣고 비벼봤습니다. 문어숙회는 연일 쌓이는, 숙취해소용인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