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제삿밥 그리고 '어머니를 보내며'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헛제삿밥을 드셔보셨나요? 헛제삿밥은 안동과 진주가 유명한데, 말 그대로 ‘제사를 지내지 않은 제사 음식’인 셈이지요.
제삿밥의 묘미는 뭐니 해도 젯밥에 오색 나물을 넣고 탕국을 두어 숟갈 넣어 비벼먹는, 함배기밥에 있을 텐데요. 어릴 때 자다가 일어나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꾸역꾸역 넘기던 그 제삿밥이 이제 추억의 음식으로 상품화되어 시중에서 팔기까지 하다니......,
늘그막 타관살이로 얻은 병마를 끝내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며느리 손으로 지은 밥 한 그릇 얻어먹는 것이었는데요. 그래서 서둘러 약혼까지 했던 것인데......, 결국 어머니는 약혼식 사진에 힘겹게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기시고 그해 겨울에 올리기로 했던 아들의 결혼식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마셨지요.
그렇게 ‘며느리 손으로 지은 밥 한 그릇’ 얻어 드시지 못하고 눈감고서야 고향에 돌아와 한 평 땅에 몸을 뉘신 때가 바로 엊그제였는데요. 제가 스물네 살 되던 해, 구절초, 쑥부쟁이가 고향 안산에 지천으로 피던 가을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어머니 없이 살아온 세월이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세월보다 더 길어졌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