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똥돼지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똥돼지

오인태 시인
2014.01.03 07:30

<97>꼬막무침비빔밥 그리고 '돼지-뒷간추억2'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오인태의 시가 있는 밥상>이 이번으로 97회가 되는군요. 100회를 눈앞에 둔 이쯤 출구에서 차마 하지 못했던 화제 하나를 끄집어내보는 건데요. 입구가 있으면 마땅히 출구가 있는 법이니까요.

‘똥돼지’를 아시나요? 시와 밥을 음미하는 자리에서, 그것도 새해 벽두에 하필 똥 얘기라고 이맛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 이치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이지요. 어찌 똥의 소중함이 밥에 뒤진단 말인가요. 먹기만 하고 싸지를 못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잖아요. 똥이 없으면 밥도 없는 거지요. 밥 잘 먹고 똥 잘 싼다면 인생은 만사형통인 건데요. 세상사도 마찬가지지요. 생산과 분배, 소득과 소비, 공급과 수요가 밥 먹고 똥 싸는 순리대로만 흘렀던들 오늘날 국민대다수가 ‘안녕하지 못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추억컨대, 어릴 적 시골 뒷간에는 늘 돼지가 있었지요. 새카만 토종돼지, 이른바 '똥돼지'였는데요. 똥을 싸는 일은 이 똥돼지와의 한판 신경전이었지요. 자칫 겨냥을 못해 귓부리에다 흘려놓으면 이놈의 도리질에 그 파편이 엉덩이로 되돌아오기 마련이었는데요, 말하자면 돼지의 반격인 셈이지요. 설사라도 걸린 경우엔 그 낭패라니. 그래서 때로는 신문지나 비료포대 종이에 총구만 내어놓고 방패로 삼아보기도 하지만, 그 시절엔 이런 종이도 흔치 않았는데요. 종이가 워낙 귀해 볼일을 보고 난 뒤처리를 옥수수 껍질이나 지푸라기로 했을 때이니 말이지요.

세월은 가고 콜라, 햄버그, 피자 따위 다국적 식품을 먹으며 양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는 요즘은 바야흐로 다국적 시대인데요. 불현듯 내 엉덩이에 똥 세례를 안기던 토종돼지의 그 고집스럽게 세운 귓부리가 그리워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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