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잡채와 우거지국 그리고 '편안한 불화'

혹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요. mb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운다."는 말이 인터넷을 떠돌았던 사실 말입니다. 다음 아고라에서였던가요? 인터넷 댓글로 달린 이 촌평만큼 이명박 정부를 상징적으로 함축하는 말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그때 했었는데요.
노무현 참여정부가 임기 내내 수구언론과 '이유 있는' 싸움으로 일관한 데 빗대어 고작 어린 학생들과 대거리나 하는 이명박 정부의 유치한 아마추어리즘을 조롱하는 이 통렬한 풍자에 언뜻 속이 후련하기도 했지만, 그 내막을 헤아리자면 이내 섬뜩한 불안과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르곤 했었지요. 결국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초중고생들의 대거리가 충분히 이유 있었다는 것을 광우병 촛불시위에 뒤이은 상황들이 더욱 분명하게 보여줬었는데요.
한 대학생의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에서 불붙은 ‘안녕하지 못하다’는 아우성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국민적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을 보자면 그럼 이 정부는 ‘국민과 싸우는 정부’가 되는 건가요?
대통령께서 엊그제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에게 “불의와 무력에 타협하지 말고 오직 국민을 위해 강한 신념과 의지로 소임을 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하셨다는데 혹시 국민들의 상식적인 문제제기와 정당한 대거리조차 ‘불의와 무력’으로 규정하는 게 아닌가 싶어 섬뜩해져서 말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하긴 불화가 오히려 편안한 시기가 있긴 했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