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의 유럽여행기]찾아보기 어려웠던 아버지의 모습

[김홍선의 유럽여행기]찾아보기 어려웠던 아버지의 모습

김홍선
2014.01.30 08:39

<1>바티칸 투어 1시간 이상 대기···유럽 1월6일까지 신년연휴라 가족단위 여행 많아

[편집자주] 필자는 23년간 IT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벤처 기업가로, 전문경영인으로서 종사한 IT 전문가다. '누가 미래를 가질 것인가?'라는 저서도 출간했다. 그는 최근 7년간 몸 담았던 안랩의 CEO를 그만 두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인생의 2막을 준비하면서 그는 최근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유럽여행이야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고, 또 전문가들의 여행기도 많다. IT 경영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행의 단상은 어떨까. 바쁜 일상으로 출장 외에 여유있는 여행을 꿈꿀 수 없는 CEO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쯤으로 시리즈를 연재한다. 여행경로는 로마에서 시작해 나폴리-피렌체-베니스-밀라노-파리까지. 20일간의 여정이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사진=김홍선
프랑스 파리 에펠탑 /사진=김홍선

이번 여행의 도구는 3가지였다. 가이드 투어 ‘유로자전거나라’, 유럽여행 인터넷 카페 ‘유랑’, 그리고 여행 소책자 몇 권. 물론 인터넷을 통해 호텔이나 철도 예약은 했고, 왕복 비행기 티켓은 구매했지만, 그 나머지 여행의 콘텐츠 구성은 전적으로 나와 아내의 몫이다. 덕분에 탐구와 상상력을 동원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미 배낭여행하는 분들에게 높은 평판을 받던 ‘자전거나라’는 14년을 거쳐 글로벌 조직으로 성장했다. ‘인증샷’ 위주의 한번 쭉 훑고 지나가는 패키지여행에서, 공부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여행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한다.

특히 가이드 분들이 인상적이었다. 돌 하나에 담겨 있는 역사적 의미를 하나라도 더 알리고 싶어 하는 열정, 현지 문화에 대한 체험적 경험, 아이패드를 활용한 관련 정보의 생생한 비교 분석 등. 매번 궁금증과 기대감에 부풀었다. 적어도 무언가에 몰두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나에게는 좋은 모멘텀이 되었다.

그런데, 몇 번의 투어 그룹에 참여하면서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아버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어머니, 어머니를 모시고 온 2-30대 여성들은 익히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사진=김홍선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사진=김홍선

어찌 보면 ‘돈 벌러 가야 하는’ 남성들의 특성상 당연한 지도 모른다. 동남아시아나 중국, 일본은 며칠 정도 휴가내면 갈 수 있지만, 유럽은 그러기에는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 실제로 ‘돈 벌어야 하기 때문’에 아버지들은 못 왔다고 한다.

오히려 나에게 눈길이 오는 것 같았다. ‘저 중년 남성은 뭔데 연휴 기간도 아닌데 여기에 왔을까? 아직 은퇴한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한참 조직에서 중책을 맡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자유여행으로 여유롭게 다니니까 신기해했다. 유럽 지사에 근무하는 가족들에게서도 아버지의 모습은 드물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이탈리아 바티칸 /사진=김홍선
이탈리아 바티칸 /사진=김홍선

바티칸 투어가 1월 3일에 있었다. 나는 동절기라서 사람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바티칸에 들어가기 위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유럽에서는 1월 6일까지가 신년 연휴라서 유럽 각지에서 가족 단위로 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우리가 이웃나라 중국이나 일본 가듯이 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자녀들과 같이 다니면서 설명해 주는 유럽의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머니와 다니는 한국 자녀들과 대비를 이루었다.

순간 남성 위주의 경직된 한국 사회의 특성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조직에서 몇 주간 휴가를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연휴를 이리 저리 활용해서 용기를 내 보내지만, 여전히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다. 유럽에서는 애기를 낳으면 아버지도 장기간 휴가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회사보다 개인에 초점이 맞추어진 서구 사회의 제도는 아직 우리에게는 거리가 있나 보다.

문제는 여행지에서도 아버지는 소외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결국 가족 구성원 간에 여행으로 꽃피우는 대화 속에서도 아버지는 설 자리를 잃지 않겠는가? 또한 남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자식에게도 필요하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균형 잡힌 관심과 지도가 중요한데, 여행 문화에서도 아버지의 자리는 줄어든 것 같아 우려가 된다.

절대적인 미혼 여성 여행자의 비율

여행자 중에 미혼 여성의 비율이 높다는 것도 특징이었다. 폼페이와 나폴리 지역을 가는 버스 투어에는 42명이 참여했는데, 남성 혼자 온 경우는 딱 1명 있었다. 남성이 있다면 신혼 부부로 보이는 커플들. 그 외는 대부분 미혼으로 보이는 여성들이었다. 물론 배낭 여행을 온 젊은 남성들도 베네치아 거리에서는 많이 마주쳤으니, 가이드 투어에 유난히 참여가 저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은 현지에서도 인정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사진=김홍선
이탈리아 베네치아 /사진=김홍선

어느 여성 한 분과 점심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앉을 기회가 있었는데, 3개월 째 혼자서 유럽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결혼하고 애 낳으면 못 오니까 미리미리 다녀야지요.’

결혼과 육아라는 미래의 압박감이 여행의 조기 실현 의지를 가지게 하는가 보다. 어쨌든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행 현장에서도 여성들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아들만 둘 가진 아버지의 입장이라 그런지,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힌 여성과 여행을 별로 다니지 않았던 남성이 결혼한다면 비대칭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즐기며 살려고 하지 않을까? 이미 소비의 주체는 젊은 여성으로 옮겨간다고 하지 않는가?

인터넷 카페 ‘유랑’이나 여행 블로그, 책자를 보아도 여성들의 섬세함과 꼼꼼함은 더 나아 보인다. 게다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맛집과 쇼핑의 정보력은 당연히 여성들이 앞선다. 글로벌 시대. 아버지의 존재는 약해지면서, 여성의 활동성이 더욱 강해지는 현상. 단순한 나의 기우일지는 모른다. 아니면 내가 본 일부분의 풍경일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 트렌드는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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