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연극 '100% 광주'… 광주 초연 성황리, 26~27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다시 태어나면 지금 살고 있는 사람과 또 살고 싶습니까?"
무대 위 마이크를 잡은 한 사람이 이렇게 묻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잠시 주저했던 출연진들은 이내 '예' 또는 '아니오' 푯말이 있는 방향으로 각자 발걸음을 옮긴다. '아니오'쪽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을 확인하자 이번엔 무대에서 웃음이 터진다.
무대 위를 가득 채운 100명의 광주 시민들은 마치 'O,X게임'마냥 질문에 따라 '예'와 '아니오'를 오간다.
"당신은 옆집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나요"란 질문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사람이 몰린 쪽은 '아니오'다.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는 관객이 눈에 띤다. "기아 타이거즈의 팬입니까", "5·18을 직접 경험한 분이 계신가요", "광주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도시라고 생각합니까"와 같이 광주의 색깔을 담은 질문도 이어졌다.
100명의 시민들이 이야기하는 '100% 도시' 연작 프로젝트··· 100% 리얼 퍼포먼스
이것은 퀴즈도 게임도 아닌 연극 '100% 광주'의 공연장면이다. 내년 7월 광주시에 개관하는 아시아예술극장의 제작공연으로 지난 19, 20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했다. 그야말로 광주시민들의 이야기로 '광주'라는 도시를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광주의 인구 통계를 표본으로 선발된 100명의 광주 시민이 배우가 된 것이다. 성별, 국적, 주소, 나이, 가족 형태 등을 실제 광주시민의 비율에 맞춰 캐스팅 했다. 광주시는 남자가 전체 인구의 49%, 여자가 51%다. 이날 무대에 오른 시민배우도 49명은 남자, 51명은 여자였다.
이들은 문답 과정을 통해 관객과 생각을 나누고 교감한다. 발성도, 발음도, 연기도 모두 서툴지만 생생하고 진솔한 이야기에 관객들은 집중한다. 이들은 차례로 올라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신근로대' 출신이라고 고백하는 최고 연장자 84세 할머니부터 인형을 손에 꼭 쥐고 엄마 품에 안긴 3살 아기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한 중년 남성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통기타를 들고 김광석의 '일어나' 한 소절을 불렀다. '콩고 난민'으로 알려진 토나 욤비 광주대학교 교수는 유일한 외국인으로 무대에 섰다. '100% 광주'는 그렇게 지금, 광주에 살고 있는 평범한 내 이웃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질문의 범주는 상당히 넓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무대조명이 꺼진 뒤 손전등 불빛을 이용해 익명으로 답했던 부분이다. 자살, 가정폭력, 체벌, 마약, 낙태, 동성애, 성매매 등 민감한 질문을 던지고 답하며 가려져 있던 시민들의 면면을 보여준다.
독자들의 PICK!
"서울 관객들 '100%광주' 흥미롭게 본다면, '100% 베를린' 출연진 서울 데려오겠다"
'100% 광주'는 '다큐멘터리 연극'의 선두주자인 독일 아티스트 그룹 리미니 프로토콜의 18번째 '100%도시' 프로젝트다. 2008년 베를린에서 초연된 후 멜버른, 런던, 샌디에고, 도쿄 등을 거쳤으며 리미니 프로토콜 소속 헬가르트 하우크와 슈테판 카에기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하우크는 이번 공연에 대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며 "무대 위 시민들의 미숙함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마치 관객이 창밖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카에기도 "통계엔 나타나지 않는 내재된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도시가 얼마나 다양한가 느끼게 된다"며 "광주관객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이제 '100%광주'는 오는 26~27일 서울 국립극장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한 도시의 이야기를 다른 도시에서 하는 것은 연출진에게도 처음이란다. 이들은 "관객이 자신이 속하지 않은 사회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추측이 되지 않아 긴장된다"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카에기는 "만약 서울관객들이 '100%광주'를 흥미롭게 본다면, '100% 베를린' 출연진을 서울로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서울 공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서 오는 26일(토) 오후 7시, 27일(일) 오후 3시. 8세 이상 관람. 티켓은 R석(5만원), S석(3만원), A석(2만원).
